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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첫 번째 관람

by 원더인사이드 2022. 3. 2.





카라마조프 혹은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인물 내면 심리를 서술하는 데
굉장한 일가견이 있다
이것만으로도 읽기 즐거운데
이 사람은 스스로의 의문을 등장인물에게 투영하고
의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여 갈등을 풀어나가는 것이
아주 백미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죄와 벌>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가 못된 전당포 노파를 죽이고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채 고뇌하다가
마침내 죄를 고백하는 아주 아주 유명한 소설이다
이 줄거리가 스포일러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유명하다

여기서 도스토예프스키는
라스콜리니코프를 가족을 매우 아끼며 공부를 잘하는 법학생으로,
노파를 사회에 도움 하나 되지 않으며 누구에게나 미움받고 참작할 여지없이 사악한 인물로 설정한다

그렇다면 이 사람을 죽이는 게 공동체를 위한 길 아니겠는가? 선한 일 아닐까?

여기서 도스토예프스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인을 저질러서는 안된다"

주장을 몇 백 페이지에 걸쳐 역설하고,
라스콜리니코프(작가 자신의 의문)를 무너뜨린다

그것도 라스콜리니코프와 노파를 각각
선하게, 그리고 매우 매우 악하게 설정함으로써
반대편 주장(죽여도 좋다)을 최대한 강하게 세운 뒤
패배시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매우 뛰어난 작가이며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역시
아주 개 거지같은 집안에서 출발하여
신과 종교에 관한 의문을 차남 이반 까라마조프에게 투영하고 해결할 심산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1부를 끝내고 세상을 떠 버려서
이반을 신에게 돌려보내는 일은 영영 일어나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도스토예프스키를 살려내야 한다



참고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알료샤 이다
아주 순수하고 착하고
정말 더럽고 거지같은 까라마조프 가에서
단 한 명 예수의 현신인 인물이다
2부가 나온다면 짜르를 상대로 혁명을 일으킬 예정이었다던데
도대체 어떻게 했을까 감도 안 잡힌다

도스토예프스키를 살려내서 2부를 쓰게 하자






그런데 왜 갑자기 케이크 사진이 등장하느냐면

동명의 소설을 연극화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이 동국대학교 이해랑 극장에서 공연되었기 때문이다

동국대 언덕길을 오르기 전 역 앞의 태극당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옛날 스타일 빵과 과자가 많고
모나카가 되게 유명하다








가족에게 줄 사라다빵과 떡을 샀다
사진으로는 안 느껴지지만
난 이렇게 무거운 사라다빵이 처음이었다








화장실

왜 찍었지?








친구

모나카를 부숴먹었는데
콘푸로스트맛이라고 했다

딱 콘푸로스트맛이긴 하다








등산

힘들어서 사진이 흔들렸다



그렇게 1부 공연 (3시간)을 봤는데
기실 자세한 후기를 쓰기엔 너무나도 구구절절일 것 같다
우선 이해랑 극장 의자가 좋았는지 허리가 안 아팠다
적당히 인물에 대해 적어보자면

표도르: 소설 읽으면서 한 번도 잘생겼다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아주 방탕하고 무례하긴 해도 어째선지 여자를 둘이나 꼬셔서 나락에 빠트렸다는 게 이해가는 외모였다

드미트리: 굉장히 다혈질이고 상상보다는 작았다
몸싸움도 빨빨거리고... 아 명대사가 있다
수도원에서 표도르를 바라보며 "저 인간은 왜 살까!" 소리치는 것
코믹해서 좋다
항상 크게 말하는데다가 시며 노래를 할 때도 있으니 하는 말의 반절은 못 알아듣는다...
원작 그대로긴 하다

이반: 도스토예프스키의 고뇌를 그대로 뒤집어쓴 아주아주 중요한 인물
사실 책 속의 이반은 유클리드니 뭐니 어려운 이야기를 많이 해서 도무지 잘 이해가지 않는 단락들이 꽤 있다
아무래도 그것들을 직접 눈앞에서 보여주니 이해가 쉬워 좋았다
또 이놈은 사실 정신병이 있었다.
느닷없이 선언하는 원작을 감안해서인지(이 부분은 2부에 자세히 다뤄진다)
1부 식사시간부터 헛것을 보는 복선을 넣었기에 마음에 들었다

알료샤: 가족 중 가장 크고 언제나 선한... 강한... 미소를 짓고 있다
강인한 육체에 강인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꼭 맞는 듯 하다
현대인들이 운동이 부족해서 나약할 수 있다던데 여기 알료샤는 조깅이나 필라테스를 주기적으로 할 것 같았다
아무튼 참 건강하고 착하고 원작대로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다
이런 선량함에 이끌렸었지...

스메르쟈코프: 이 하인놈 역시 아주 아주 중요한 역할인데 몸을 너무 잘 써서 놀랐다
특히 이반과 문간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을
예술하는 사람다운 연출로
몸을 많이 쓰게 해놓았던데... 그것을 전부 소화하는 부분도 그렇고 음산한 게 딱 원작이 떠올랐다


1부는 드미트리가 그리고리를 때리고
달아나는 장면에서 끝난다
도스토예프스키가 해설자 역으로 나와서
잘 마무리했다

소품을 정말 많이 쓰던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까지 안 써도 되지 싶었다








다음날 2부 공연을 보기 위해
호텔에서 묵었다











다음날

다시 태극당








이번에는 사진을 찍었다
무대 오른편 피아노 라이브가 눈에 띈다

2부 시작... (3시간)


알료샤가 환복했는데 잘생겨졌고
카체리나의 발음이 아주 좋았고
나머지도 좋거나 안타까운 것이 좀 있었으나
이것저것 생략하고
메타적인 엔딩이 정말정말 좋았다







장장 6시간을 달려온 배우들










그리고 나와 친구도 호텔로 달려가
몬티 파이튼의 "라이프 오브 브라이언" 을 보고 잤다

영국의 전설적인 코미디 영화인데
가히 종교 모독적이면서
내 인생 영화이기도 하다
신과 종교에 대해 그토록 심도깊은 고찰을 하는 극을 보고 나서 보니 더욱 재미있었다


같이 봐 준 친구에게도 고마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