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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뮤지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술 얘기)

by 원더인사이드 2022. 4. 29.









는 금강산도 식후경땡
오늘도 한 잔 이었나? 여하간 공연 보기 전에
배가 고파서 갔다

다이키리

옛날에 유행하던 우주술같은 이펙트 넣었더라

칵테일 종류가 엄청 많고 0.59 (맨 뒷장만 0.89) 씩 하는데
가성비가 좋다 알성비는 그닥 좋지 않은 것 같다 (알성비: 알코올 가성비)
그런데 사실 극한의 알성비를 챙기려면 담금주 사다 토닉 말아먹는게 직빵이기 때문에
굳이 간을 망가뜨리고 싶은 게 아니라면
꼭 알성비를 엄청나게 챙길 필요는 없다







안주 0.99

사실 안주 맛있다는 말 듣고 갔다
저녁을 안 먹었기 때문이다

정말 맛있었다

이 근방 술집들 비교하면 가히 수준급이다










물론 칵테일은 위에서도 언급했듯 킹성비이기 때문에
아주 전문적인 맛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정말 킹성비다

위의 칵테일은 내가 환장하는 카타르시스인데
여기서는 다시 안 마실 것이다

1. 럼이 너무 화끈함
오~ 화끈한데 쥑여주는데~ 의 화끈함이 아니라 spicy 의 화끈함이다
이건 개인차 취향영역이고, 내 취향은 좀더 부드러운 럼이다
2. 라임 주스
킹성비 가게 특성상 생라임은 못 쓴다 이건 예상한 바
그래서 주문하기전에도 먼저 물어보고 먹지 말아야겠다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내가 카타르시스를 너무 좋아해서 주문해버렸다
3. 계피스틱
위의 두 개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건 정말ㅋㅋ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가니쉬 올려주는건 좋다
그것도 여타 인스타갬성cocktail bar. 이니 뭐니 인테리어에 돈 부어놓고
기주는 10잔을 먹어도 음주단속에 안 걸릴 정도로 적게 주면서 잔당 1.7씩 쳐받아먹는
양심 나락간 칵테일바들과는 하늘과 땅 차이로 킹성비인 것도 좋다
그런데 이 계피스틱이... 참... 정말 보기에는 좋은데
저 계피 탄 향이 카타르시스의 향을 다 잡아먹는다
그걸 의식한건지 럼의 스파이시가 엄청나게 확 치고 올라오지만
반면 아마레또의 달달함, 라임주스의 상큼함은 확 죽어버렸다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


참고로 난 정말 입맛이 까다롭지 않아서
웬만하면 다 넙죽넙죽 받아먹는다
카타르시스에만 이렇게 "신념' 이 있는 것이고
나머지는 그냥저냥 잘먹었다
아무리 그래도 칵테일의 향 자체를 죽여버리는 건 너무했지만...









칵테일(카타르시스)에서 쓴맛을 보고 위스키로 선회

뇌조 라고도 불리는 더 페이머스 그라우스 (스카치 블렌디드 위스키) 의
살짝 고급 라인
더 네이키드 그라우스
가 있었다

아마 전에도 언급했겠지만 더페이머스그라우스는 정말 킹성비 블렌디드 위스키로
가격 대비 맛이 진짜 괜찮다
이 가게에 페이머스는 없으면서 네이키드가 있다니 좀 신기했지만
어쨌거나 마심
일부러 토닉과 위스키를 따로 달라 해서
스트레이트로 조금 마시고 나머지를 섞어먹었다
나는 아직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잘 마시지 못하는 초심자의 입맛 인 편이니깐








인스타 팔로우 이벤트로 받은 데낄라(메즈칼인 듯 함)
테이블 당 한 잔만 되었기에 그냥 하나 더 주문해서 같이 먹었다

여담으로 이 가게 데낄라 종류가 두 개던데
데낄라(메즈칼) - 몬테알반
데낄라 - 돈훌리오 블랑코
이벤트로 뭘 줄까 궁금했고 역시나 몬테알반이었다
돈훌리오 블랑코는 꽤 좋아하는 데낄라고
이것보다 급이 쬐금 더 높은 패트론실버와 비교했을 때에는
물론 패트론실버 쪽이 더 깔끔하지만
개인적으론 돈훌리오가 좀 더 데낄라다운 냄새가 있어서 좋다

몬테알반은 위 둘보다는 급이 좀 낮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나쁜 게 아니다
오히려 저걸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고
무엇보다도 메즈칼 종류인지라 병 아래에 귀여운 애벌레가 한 마리씩 잠들어있다
언젠가 그 애벌레를 마셔보는 게 꿈이다









그러고보니 멋진 그림들이 가게로 내려오는 길에 붙어있었다
귀여워

듣자하니 이런 그림을 그리거나
여하간 전공을 살려서 뭔가 보여주면
칵테일 하나를 공짜로 준다고 한다
나는 그런거 없고 그냥 부었다









하마터면 이게 뮤지컬 관람 후기인 걸 잊을 뻔 했다

뮤지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고백하자면 나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읽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헤르만 헤세의 작품 자체를 하나도 안 읽어봤다
데미안이 유명한 건 알지만... 그 뿐이다

그런데 이걸 진짜 엄청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
표가 한 장 남는다고 나눠줘서 덕분에 봤다








초반에 금발 머리 청년(골드문트)의 얼굴이 두 개로 보였지만 재미있었다

알고보니 이 두 사람이 마지막 날이어서
무대인사 비슷한 걸 했다


스토리는 두 친구 이야기
둘이 정말 다르다
골드문트는 활동적인 스타일이고 여자도 많이 만나고 자꾸 어머니를 찾는데
어머니가 꽤 오래 전에 돌아가신 모양이다 안타깝군...
나르치스는 일단 수도원에 산다 밖으로 나오지 않고 지식을 쌓는 학구파
이 친구는 아버지를 따르는데 진짜 아버지가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다
골드문트가 처음 수도원에 왔을 때에는 예비 교사? 일을 하는 수도사였는데
골드문트를 보석하러 갔을 때에는 수도원장까지 올라갔다

아 골드문트가 수도원에 간 이유는 아버지가 보냈기 때문이다
하느님 아버지가 아니라 진짜 아버지다
거기서 나르치스를 만나고 학문에 정진하는 모습이 참 멋있어서 동경한다
그런데 나르치스가 보기에 골드문트는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바깥으로 보내버린다
하긴 누가 봐도 골드문트가 수도원에 처박혀 있을 인간상은 아니다

그래서 골드문트는 페스트 시대에 사랑도 하고 여자랑 살아보기도 하고
높으신 분 여자한테까지 손댔다가 감옥에 가서... 그걸 나르치스가 풀어주러 온다
둘 사이에 시간이 꽤 오래 지났겠지만 골드문트를 걱정하는 마음이 컸던 모양
그렇게 골드문트한테서 세상 이야기를 듣고
(이 부분이 진짜 중요한 부분 같은데 아마 실천하는 사랑 이야기였다)

골드문트는 다시 떠난다
나르치스는 보내주고요

그런데 나르치스가 사실 골드문트를 엄청 좋아해서
계속 곁에 있고 싶어한다 아~ 솔직하지 못한 녀석ㅋㅋㅋㅋ
그래도 절대 티내지 않고 보내주는데...

극 내내 완전 절제의 극한이었던 나르치스가
아주 마지막에 가서 속마음을 드러내는 게 감동적이었다
원래 절대 그럴 것 같지 않던 사람이
큰일을 저지르거나 아웃라이어같은 변화폭을 보이면
충격이 더욱 큰 법이다









중후반부에 나르치스는 항상 저렇게 손발이 안 보이는
망토를 두르고 다니는데
진짜 더워보였다
그리고 정말 덥다고 해서 웃겼다










공연 끝나서 또 술마시러 옴

크래프트 혜화 라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혜화에는 여기보다 나은 크래프트 맥주집 없다고 생각한다
사장님도 맥주에 빠삭하고
하기야 마니아 아니면 이런 가게를 열지 않는다
그러니까 맥주 오타쿠의 성지인 셈이다

첫 잔은 파이어스톤워커의 다크 앤 스토미 아마 스트롱에일이었지 싶고 11%

사실 첫 잔은 6~7도짜리 낮은 술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그런데 이 때 난 이미 칵테일을 먹고 왔으므로
다짜고짜 11%를 취했다

이게 부활절 개울가에 얼굴 처박은 패인이었다

어쨌거나 파이어스톤워커는 맥주를 잘 만드는 미국 회사 중 하나
맛있게 마셨습니다








두 번째 더브루어리의 스티키 번 베이커리

버번 배럴 에이징
피칸, 메이플시럽, 시나몬, 바닐라

임페리얼 스타우트

10.2%

이게 맛이 없다면 내 맥주 라이프는 끝이다

최고였습니다







세 번째

더 베일의 크립: 인핸스드 dipa 9%

더 베일은...
진짜...
하.............

앵커리지, 이퀄리브리엄, 클라우드워터 처럼 개비싼브루어리 중 하나다
이 중 앵커리지: 못 먹어봄 수입을 안 해서..
이퀄리브리엄: 딱 하나 먹어봤는데 먹을만했으나 비싼 돈 주고 먹을만하진 않았다
클라우드워터: 이것도 임페리얼스타우트 하나 먹어봤는데 전혀 내 취향 아니었음

그리고 더베일

더베일을 처음 마신건 더젓지 때였다




사진은 다른데서 가져왔다

8%짜리 사워 에일이었는데 기가 막혔다
맛있어서...
그런데 비싸






그리고 이놈이 크래프트혜화에서 마신
크립 인핸스드

생맥이 있어서 그런지 캔이 아니었다
아주 맛있게 먹었다...
나는 ipa보다 스타우트가 취향인데 이건 진짜 맛있었다

물론 가격이 세다


그래도 그만한 값을 하니 어쩔 수 없다








안동브루어리의 판테라

이녀석도 임페리얼 스타우트이고 8%

커피가 들어갔는데 아주 잘 살려서 향이 그만이다
사실 이놈은 한 번 더 마셔보고 싶다

위에서 다크앤스토미, 스티키번, 거기다 크립인핸스드까지 마셨으니
맛을 어째 제대로 못 느낀 것 같다

술은 이게 문제다

딱 한 잔을 애매한 도수로 마시면 (6-7도) 그냥 죽고싶고
그래서 한 잔 더 마시면 기분이 훨씬 좋아진다
거기서 더 마시면 더 좋아지는데
어느 지점부터는 미뢰 기능이 떨어져서
정말 맛있는 술도 제대로 못 느끼게 된다

정말 문제다
그리고 저 날 결국 개울에 머리 처박고 세례받은 나도 문제였다

해피 부활절 이벤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