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덴타운을 빠져나와
다시 난바까지
우메다에 있는 Bar,K 를 갈까?
Bar Baroque?
아니면 난바 남부에 있는 Bar Soiree?
고민하던 도중 한 바가 눈에 들어왔다
Bar Freedom
사실 칵테일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 바는 꼭 가 보고 싶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계속 휴업이라
이번에 못 가게 되었다
막상 간판을 마주치니 아쉬움이
배로 커졌다
그래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도톤보리로 왔다
돈키호테에 들어가
동생이 부탁한 선물과 엄마가 좋아할 선물을
각각 샀다
한국인이고 중국인이고
엄청 많아서 계산하는데 진땀을 뺐다
그러고보니
전날 칸쥬리에서 추천받은 바가 있었다
바 마스다
구글 리뷰를 찾아보니
절대 무서워하지 말고 들어가라
마스터의
블루 블레이저 2는 꼭 주문해봐라
같은 말이 있어
문을 밀고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카운터, 바석과는 분리된
밝은 현관같은 공간
이곳에서 주인이 모아놓은
술 관련 책이라든지
메뉴판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내가 들어갔을 때
안타깝게도 만석이었으므로
마스터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스터 역시 칸쥬리의 마스터처럼
백발이 희끗한 노인이었다
그런데 또 다시 칸쥬리의 마스터처럼
젠틀하고 정중하면서
영어가 유창한 사람이었다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자리가 비었을 때 연락해주겠다
말해줬는데
공교롭게도 나는 관광 중이라
일본에서 받을 번호가 없다
그리 전했더니
30분만 어딘가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시면
모시도록 하겠다 말하기에
도톤보리로 다시 나갔다
다리를 건너고 구경하다가
도착한 카페 아메리칸
꽤 평점이 좋고
한 번 들어가봤는데
정말 옛날 분위기였다
그렇다고 해서 고풍스럽다기보다는
옛날 호텔 로비 같은 분위기
주문을 하고 커피 한 잔 마시고 나갈랬다가
아참 일본이었지
느리겠다 싶어
그냥 푸딩 두 컵을 포장해서 나왔다
참고로 이 푸딩
귀국할 때 배낭에 넣었다가
짐검사에 걸렸다
액체 100ml 이상을 가지고 타면 안 되는데
푸딩은 액체로 취급된 탓이다
그래서 공항 직원이
정말 미안해하면서
여기서 먹거나 버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하나만 먹겠다고 먹는데
옆에서 친절하게도
이거, 도톤보리에 유명한 카페죠
라면서 말을 걸어주었다
아무래도 미안한 모양이다
그래서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반 정도 먹고 넘겨주었다
사실 푸딩의 맛은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맛볼 수 있는 달달하고
부드러운 맛
역시 커피젤리를 시켜볼 걸 그랬나?
드디어 바 마스다 입성
이곳도 칸쥬리처럼
굉장히 멋진 분위기다
다만 안쪽은 거의 만석이어서
남녀가 즐겁게 웃고 떠드는 목소리가
가득했다
밝고 좋은 분위기였다
그리고 당연히 담배를 피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일본 바를 가려면
간접흡연은 기본 숙지 스탯이다
오늘 칸쥬리에는
마스다 사장님
여성 바텐더 한 분
그리고 바텐더가 아닌 직원?
인 듯한 젊은 분이 계셨다
밋쨩 이라고 불렸는데
수습 기간인걸까
배우는 도중인걸까
곧 나온
따뜻한 물수건과
땅콩 절임 그리고 물
참고로 이 곳 차지비는 1,000엔이다
일본에서는
바든 식당이든
이렇게 손을 닦을
따뜻한 물수건을 주는 곳이 많다
오사카의 특징인지
일본 특징인지 잘 모르겠지만...
칸쥬리에서도 받았고,
오사카 바이블 클럽이라든지
다른 식당에서도 받은 적이 있다
첫 잔은 상큼한 게 좋다 했더니
오리지널 칵테일 로쿠 가든을 추천해주셨다
녹차의 섬세한 풍미가 살아있는 로쿠 진과
오렌지 등 감귤계 과일을 섞어서
상쾌하면서도 감귤 향이 풍부한 칵테일
보면 알겠지만 오리지널이라 해서
그리 비싼 편이 아니다
1,000엔이면 지금 환율로 거의 9천원
주조 과정을 눈앞에서 직접 보여준다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 물었더니
얼마든지 됩니다! 라며 대환영했다
스스로의 직업에 굉장한 자부심과 더불어
퍼포먼스 등 쇼맨십도 대단했다
이 퍼포먼스라는 건
두 번째 칵테일에서 두드러진다
어쨌거나 첫 잔
로쿠 가든
녹차의 색을 살리면서
청귤의 상큼한 향과 맛을 끌어낸
훌륭한 한 잔이다
이런 네잎클로버를 봤나!
디테일이 너무 너무 귀엽다
굉장한 행복에 젖어서
흐뭇하게 음미하고 있으려니
밋쨩 분이 오셔서
그거 굉장히 귀엽죠 말을 걸어주었다
칵테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너무 맛잇어서
일본어를 좀 더 잘했으면
훨씬 좋았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라면 좀 더 풍부한 어휘로
맛에 대한 감동을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냄새가 정말 신선하고 상큼한데
입 안에는 달달한 유즈의 맛이 퍼진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달지 않고
여전히 깔끔한 녹차와 상쾌한 감귤이
감돌아 사라지는 게 아쉬웠다...
그러나 끝은 오고
끝은 곧 시작 다음 칵테일을 주문하자
따뜻한 게 마시고 싶다 했더니
마스터가 나서서 오리지널 칵테일
블루 블레이저 2를 추천했다
사진에서 보이는
푸른 화염의 칵테일...
그래서 블루 블레이저라는 이름이 붙었다
"다른 데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라구요"
그렇게나 자신있게 말하기에
맛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중요한 건 내 입맞에 맞는가? 이다
맛을 물었더니
오렌지와 라임의 향이 들어간
따뜻하고 마시기 쉬운 칵테일이라 한다
바로 주문함
내 앞에 놓인 도구들
그랑 마니에르는 익숙했지만
자세히 보니 14년도 발매된
PARIS - FRANCE 리미티드 에디션이었다
그리고 닛카의 타케츠루 위스키
마찬가지로 내 앞에 놓인
1/4 라임과 오렌지류 과일 껍질
이 재료 외에도
마스터는 이것저것 밋쨩 에게 말하거나 하며
여러가지 준비를 했다
내게는 '영상으로 찍어도 멋질 겁니다'
말해주며 영상을 권장했다
그래 나도 신나서 동영상 찍을 준비를 했다
쇼타임이 시작된다...
정말 이런 건 처음 봤다
흔히 볼 수 있는 구경이 아니라는 건 사실이었다
다른 손님들도 덩달아 굉장하다 하고
엄청난 구경이었다
불을 옮길 때
바의 조명까지 전체적으로 어둡게 맞추어
푸른색이 잘 보이도록 쇼를 펼치는데
그저 대단하다고밖에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영상을 마무리하자마자
박수를 쳤다
아마 평생 못 잊겠지
그리고 중요한 맛
절묘하다
알콜이 조금 날아가면 먹으라 해서
기다렸다가 마셨는데,
여전히 향에서는 알콜이 느껴진다
딱히 역하지는 않고 이거 알콜이 좀 세려나
살짝 걱정하면서 마셔보면...
놀랍게도 걱정도 알콜도 사라지고 없다
입 안에서는 그냥 따스하고 상쾌한
라임의 칵테일일 뿐이다
아주 알콜이 없을 정도는 아니어도
알코올이 실시간으로 증발하고 있는건지
굉장히 훈훈하고 둥글게
입안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퍼포먼스도 맛도 멋진 칵테일
마음 같아서는 네 잔을 마시고 싶었지만
술이 너무 취하면
일행에게도 실례이다
마지막 잔으로 에그노그를 부탁드렸다
그런데 쉐이커를 들고 오셔서
쉐이킹하는 것이 어째 심상치 않다
짜잔!
아이스 에그노그였습니다!
보통 에그노그 하면
따뜻하게 마시는 편인데
차갑게 준비해주셔서 약간 놀랐다
하지만 방금 전 따뜻한 칵테일을 마시기도 했고
시원하고 달달해서 맛있었다
다음 일정을 생각해서
도수를 낮게 해달라 부탁드렸더니
그 말대로 마시기 쉬웠다
럼 슈가라는게 들어갔다는데
사탕수수를 이야기하는 건가?
어쨌거나 도수가 낮기는 해도 없는 정도는 아니고
굉장히 만족스럽게 마셨다
마지막으로
바 마스다를 잊지 말아주세요
라며 내민 명함
이쪽 역시 1958년 창업으로
거의 70년이 다 되어간다
6년 후에도 여기 와서
70주년을 축하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말씀드렸다
굉장히 좋아하셨다
또 바를 추천해달라고 이야기했더니
칸쥬리를 추천하셔서ㅋㅋㅋㅋ
안그래도 칸쥬리에서 추천받아 왔다
이야기하자 놀라셨다
두 분은 친구라고 한다
그럴 것 같더라
그래서 칸쥬리 대신
이 가게에서 일하다가 나간
직원이 마스터로 일하는 바를 알려주었다
아이바라는 곳이었는데,
어차피 이번에는 못 가니
다음 기회를 노려야겠다 싶다
계산은 전부 해서 5,500엔이 나왔는데
더 드리고 싶어서 6,500엔 드렸다
그랬더니 잠깐만 기다리라며
60주년에 만든 뱃지를 선물로 주셨다
칵테일 쉐이커 모양의 뱃지
이것으로 오사카에서의
바 여정은 마무리
결국 못 가고 남겨둔 바도 많지만
첫 여행에 이렇게 좋은 바들을 알게 되어
그저 감격스러울 뿐이다
첫째로 바 자체의 분위기가 좋았던
오사카 바이블 클럽
착실하지 못하다 뭐다 하긴 했어도
후쿠요시에 비교하면 천사인 수준이다
주문이 밀리면 제대로 죄송하다 말하고
멋진 빛깔의 칵테일을 내는 곳
과연 20-30년대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이 곳이다
둘째로 차가운 새벽 사장님이 추천한
바 칸쥬리
70년의 세월 무너지지 않은 곳
마스터와 몇 마디 나누는 것만으로
역사와 매너가 듬뿍 느껴졌다
한국의 바에서 추천받아 왔다고 하니
굉장한 영광이라며 고마워하시고
요청받은 맛에 최대한 부응하는
클래식 칵테일과 위스키 주자
사실 위스키를 즐기는 분들이 훨씬
좋아할 것 같기는 하다
여기는 술만 2,500종이 넘기 때문이다
마지막 칸쥬리에서 추천받아 간 바 마스다
쾌활하고 젠틀하며 쇼맨십이 있는 마스터
직업에 자부심이 있고
고객에게 최선을 다해 멋진 경험을 보여주려 한다
오리지널 칵테일이 멋지다
오리지널이 아니어도
위스키, 럼, 진 등등 베이스에 따른 칵테일을
모두 주문할 수 있었고
굉장히 친근하게 대해주셔서
반드시 재방문하고 싶은 곳이었다
만약 또 일본을 간다면
꼭 다시
매일 밤 칵테일바를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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