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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윤시케이크 방문 후기 2 - 두 조각

by 원더인사이드 2022. 9. 22.





지난 번 게시글에 이어서
윤시케이크에서 사온 케이크를
개봉박두할 차례









포장 박스를 열면
케이크 메뉴마다의 설명이 동봉되어 있다

내가 산 건











블랙포레스트와
무화과 치즈케이크

한 조각에 8,500원이다

사면서도 진짜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이 글 쓰면서도 진짜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후미진 곳에 있으면서
그래 비싸게 받다니
바이럴을 타서 그런가 싶기도 했다




여기서 잠깐

사실 나야 뭐 이전 게시글에서도
언급했듯 케이크에는 아예 조예가 없다
이렇듯 한 조각 팔천 오백원을 아까워하면서도
무슨무슨 흑맥주 한 잔에 일만원 중반 넘게 내고
만족도가 최상인 인간이다

그러니까 즉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는 얘기다

난 앞으로도 이것 비싸다 생각하겠지만
또 모른다
어딘가 케이크에 환장한 사람은
(욕하는 게 아니다 난 술에 환장했다)
이걸 일만 원 주고도 안아깝다 하겠지
기왕이면 직접 먹어보기를 바란다

그게
확실히
놀랄 정도로 맛있기는 하니깐.









디저트에 일자무식인 나도 느낄 정도로
과일들은 엄청 신선하고
마냥 달지 않아 질리지 않았다








블랙 포레스트

중간에 박혀있는 체리들이
크고 확실히 씹힌다

갑자기 이게 먹고 싶어져서 다녀왔고
정말 괜찮았다
초콜릿 체리 생크림
맛이 없기 어려운 조합이다
이놈들은 생크림만 빼면
스타우트에 들어가도
맛있을 놈들이다

좀 평범하긴 해도 좋은 맛
클래식한 맛

참고로 스타벅스 보온병은
커피를 담아놓았는데
컵에 따르기 귀찮아서
집에서도 저걸로 마신다










두 번째 주자 무화과 치즈케이크
두 종류 치즈에 무화과가 올라간 모양

사실 이건 예정에 없었다
낮에 친구가 무화과 케이크를 먹고 사진을 올렸는데
그것 때문에 먹고 싶어져 사버린 것

예상 외로
진짜 . 맛있었다.
솔직히 이렇게 맛있을 줄 몰랐다



그러고보니 내게는
무화과를 먹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특정 상황에 관한 로망이 있다

바로 무화과 안에서 죽은 벌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냥 벌이 아니다
무화과좀벌 의 암컷을 바란다

여기서 무화과의 수분 과정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1. 잠입
무화과좀벌 암컷은
숫무화과 (무화과나무는 소나무처럼 암수가 구분되어 있다)의 아랫부분 작은 틈새로 기어들어
과실 안으로 잠입한다
이 과정에서 날개가 떨어지지만,
어차피 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기에 상관없다

2. 산란
꽃가루 가득한 숫무화과 속에서
암펄은 수정된 알을 낳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죽는다

3. 탄생과 수정
알들 중에서도 수펄의 것이 먼저 깨어난다
그들은 날개가 없는 대신 턱이 발달했다
그 턱으로 아직 깨지 않은 암펄의 알들을 깨서
암펄들이 성충이 되기도 전에 수정시킨다
그리고 역시 턱으로 무화과 껍질에 구멍을 뚫고
바깥으로 나간다
당연하지만 헤르만 헤세도 아니고
자아실현을 위해 나가는 것은 아니다
나중 성충이 되어 나올 암펄을 위한
구멍을 뚫어놓는 것이다

4. 순환
시간이 흐르고 암펄이 자라난다
이미 수정된 알을 가지고서 바깥으로 나온다
수펄들이 뚫은 구멍 덕에 더듬이와 날개가 멀쩡하다
암펄들은 수명 단 이틀 동안
숫무화과 꽃가루를 온몸에 묻히고 돌아다닌다
이 과정에서 암수무화과의 수정이 일어난다
그리고 괜찮은 숫무화과 열매를 발견하면,
알을 낳으러 들어간다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정말 신비하기 그지없는 순환이다


...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들 수 있겠다
만약 암펄이 무화과 안에서 알을 낳고 죽는다면,
어째서 우리가 먹는 무화과에는 시체가 없을까?

그것은
식용으로 쓰이는 무화과가
암무화과이기 때문이다

무화과좀벌이 생식에 이용하는 것은
숫무화과로, 실제 숫무화과의 경우
갈라보면 시체로 가득한 때가 잦다


그렇다면
식용 무화과에서 암펄 시체를 발견하는
나의 로망(악몽이 아니라 로망이다.)은
이룰 수 없지 않겠는가... 싶지만

애석하게도 암펄은 무화과 암수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운 없는 놈들은 암무화과로 들어갔다가
산란도 못 하고 죽는다
유럽에서는 그런 놈들이 간간이 발견되고는 한다







나에게는 로망이지만
맛있게 베어문 무화과에서
암펄 사체가 나오는 상황이
악몽일 사람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첫째로, 우리가 섭취하는 무화과는 무정란일 가능성이 높다
무화과는 수정 없이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즉 좀벌 없이 암무화과만 데리고서도
무화과 수확이 가능하다

굳이 좀벌을 쓰는 경우
숫무화과 나무와 좀벌을 마련해야 한다
좀벌로 수정된 무화과는 더욱 달고 중량이 나가는데
동시에 생산비도 비교적 크게 든다

유럽 등지에서야 이렇게 농사짓는 사람들이 있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둘째로, 무화과에는 단백질 분해 효소가 들어있다
암무화과 안에서 죽은 암펄 시체가
오래도록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란 드물다
대개 과육 사이에서 분해되기 때문이다

셋째로, 사람의 눈으로 골라낼 수 있다
통째라면 몰라도
올린 케이크처럼 조각내서 먹는 경우
무화과 안에 죽은 암펄이 있다면
그를 손질하는 직원에게 바로 처리될 것이다



그러니까 안심해도 좋다 (ㅠㅠ)







여하간 케이크는 진짜 맛있다

케이크 마니아라면
한 번쯤 들러서 먹어봐도 좋을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