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중박의 자랑인 거울못
날씨가 요즘 덥고 습해서인지 거울못도 우중충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덕분에 외국인 관광객이 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차단봉으로 입장줄을 만들어둔 상황
이번에는 수요일 저녁 시간에 갔기 때문에
따로 대기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날 국중박을 찾은 이유는 마나 모아나 전시를 보기 위함이다
본관 내부에 있는 특별전시관 2관에서 진행하고,
8월 마지막 수요일이라 문화할인으로 무료입장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광경
안쪽 전시물들을 정글 분위기가 나도록
고무나무 비슷한 잎사귀 스티커를 붙인 전시장 안에
넣어둔 것이 인상적이었다

바다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
섬들이 많은 지역이었으니 말 그대로 나아가는 길이라 여겼을 것이다
이 시대의 바다라 하면 역시 인터넷일까

이게 지도라고...?
대단하다
옆에 스크린이 있어서 이해할 수 있었는데
조개가 섬들을 나타내는 듯했다

뒷부분이 너무 길고 웅장하다
다가오는 앞모습 뿐만 아니라
떠나가는 뒷모습까지 커다란 임팩트를 주는 게
목적이었을까

귀여운 도마뱀

생미끼도 그렇지만
더러는 led 조명 미끼를 쓰기도 하는데
이 미끼는 자개로 반사광을 내는 듯해서 기발했다

사진으로 체감이 안 되는데
정말 기다란 악어였다
세픽강 중류에 사는 이아트물족의 신화 속 악어라는데
악어가 물속에서 꼬리를 흔들자 땅이 솟아났고, 그 위에 씨족이 정착했다.
악어의 몸 일부는 하늘이 되어 만물이 자랄 수 있는 터전을 만들었다.
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말라간 의식은 파푸아뉴기니 뉴아일랜드 지역의 중요한 전통이다
고인의 생명력과 재산을 재분배하여 애도를 마무리하는 장례 의식
장례 의식이 끝나면 영혼과의 완전한 이별을 위해 조각을 파괴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조각은 아직 쓰여지지 않은 조각인걸까

가장 오른쪽에 있는 것이 얌 가면이다
파푸아뉴기니의 여러 마을 대표가 수확을 기념하고, 새해 시작을 알리기 위해 모여서 수확한 얌을 평가한다
그리고 서로의 관계를 재확인하는데 이 의식을 와아피 사아키라고 한다
얌 가면은 선택된 얌과 조개껍데기, 깃털 등으로 만들었으며 와아피 사아키 의식에서 쓰는 가면이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악기들과 함께
악기를 연주하는 씨족의 영상도 보였다

모래시계 모양의 북은 왼쪽으로, 자세히 보면 손잡이가 악어 모양이다
위에 씌워진 가죽은 맹그로브왕도마뱀 가죽이다
그리고 피리는 사진 위쪽에 자리한 막대기인데 사실 위에 똑같은 피리가 하나 더 있다
두 피리는 형제자매를 의미하며, 저음을 내는 피리가 장남 혹은 장녀를 뜻한다
두 개를 함께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뛰어난 실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진으로 남겨둔 것은 없는데
이 전시에 곤봉이 정말 많았다
전쟁에 쓰는 것 뿐만 아니라 의식용이나 장식용 곤봉도 있었다
대개는 나무로 만든 곤봉이라 아무래도 철이 귀했나 싶다

머리카락으로 만든 목걸이라는데
전혀 머리카락으로 보이지 않아서 의아했다
그런데 식물성 섬유도 포함되어있다는 걸 읽고 나니
아무래도 머리카락과 실을 섞어서 만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운데의 뼈는 사실 바다코끼리의 이빨이라고 한다

귀여운 펜던트
사실 이 헤이 티키를 모방한 목걸이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팔고 있으니 사다 달라는 부탁을 듣고 온 건데
아무래도 소식이 잘못 전달된 건지 사진을 잘못 본 건지
헤이 티키 모양의 목걸이는 팔지 않았다

귀엽고 특징적이어서 관련 물품을 판매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그러고 보니 티키는 폴리네시아에서 최초의 인간이자 조상으로 여기는 신성한 존재이다
혈통과 마나, 보호를 상징한다고 한다

이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것 외에도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까지 볼 수 있었다
이쪽은 20세기 초반에 만들어진 펜던트

나가는 길에 장신구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섬 지역이라 그런지 어패류를 이용한 물건이 많다

이쪽은 아예 엄청난 갯수의 조개껍데기를 이용해 만든 장식품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지 신기하다

특이하게 눈길이 가는 것은 맨 위에 위치한
페우에 코이오였는데 아무래도 예수의 가시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우에 코이오는 그 용도도 뜻도 전혀 다르다
예수에게 씌워진 가시나무 관이 조롱과 고통을 목적으로 씌워진 것이었다면
페우에 코이오는 수천 개의 돌고래 이빨에 하나하나 구멍을 내어 정성스레 만들어진 장신구로
코코넛 섬유로 실을 꿰어 땅과 바다의 만남을 상징했다
또한 머리를 가장 신성한 신체 부위로 생각하여, 머리 장식을 신과의 연결고리로 보기도 했다
보통은 모아나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로 먼저 접했을 마나 모아나의 세계
나도 옛날 모아나를 본 적은 있는데,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전시를 관람할 때 영화 생각은 하나도 안 났다
하지만 굉장히 신기하고 즐겁게 관람했다ㅎㅎ

다음
시간이 아직 남아있어
별관에서 운영하는 조선 전기 미술 대전을 관람했다
마나 모아나의 경우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로 무료 입장이 가능했는데
조선 전기 미술 대전은 8,000원을 내고 티켓을 사서 들어가야 했다

사실 미술사에 빠삭하지 않은 입장에서는
어떤 도자기나 예술품을 보았을 때 이것이 몇 세기에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등등
세세한 정보를 아예 모른다
하지만 내력을 몰라도 우선 눈으로 들어오는 아름다움은 확실한 법이다

도자기뿐만 아니라 글과 그림도 볼 수 있다
지금 보이는 세종실록지리지는 사실 국립중앙도서관에 있던 것이라고 한다

지금 당장 사용해도
미적으로 손색없을 듯한 백자들

도자를 전시해 둔 곳은
아예 한쪽 벽면을 흰 조각으로 채워서 매력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자세히 보면 땅 지, 검을 현이 바닥에 적힌 조각들이 눈에 들어온다
보통 완성 등급이 높은 백자에 새겨지는 글자들이었다고 한다
맨 왼쪽에 있는 것은 천마를 그린 청화백자 조각
말이 부드럽고 생동감 있게 그려졌다

비교적 자유로워진 분청사기에 대한 설명

물고기가 왜 이리 넙적하고 통통해

찾아다녔던 모란무늬
자라병이라고 해서 모양을 살피니
정말 자라와 닮았다

분청사기 대신 공납품으로 인기가 올랐던 백자
그래서인지 자유로운 미감보다는 정제된 매력이 돋보인다

망우대
걱정을 잊는 곳이라는 의미
잔받침에 이런 글씨를 적어둔 걸 보면
차 한 잔, 술 한 잔에 걱정을 잊으라는 뜻이었을까

새가 귀엽다
박새인가?

도자 구역을 지나면 천정과 바닥이 모두 새까만 공간이 등장한다
직전의 흰 도자 벽을 두었던 구역과 선명하게 나누어져 인상적이다

가슴에 와닿았던 문구

어째 잘 실감이 나지는 않지만
비단에 먹으로 그려진 그림이라고 한다
멀리 보이는 산을 안개로 가려서 크기를 표현한 점이 좋았다

그림들 중에서는 이 설경산수도가 참 마음에 들었다

우선 검은 먹을 하늘에 쓰고,
남은 흰 부분을 눈 쌓인 겨울 산을 표현하는 데 이용했다
역전된 발상이 좋았다

더 걸음을 옮기자 생일 축하 노래도 나왔다

다시 좋았던 그림
왕실 출신 화가 이정의 대나무들이다
이정은 특히 대나무를 그리는 데 뛰어난 소질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군데군데 떨어져 나가고, 얇다란 가지가 눈에 띄는 고죽

거친 붓선으로 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표현한 풍죽
어느쪽도 굉장히 뛰어나다

문종과 성종이 쓴 단정한 글씨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단정하다라는 형용사의 정의가 무엇일까
하얀 것은 종이에 까만 것은 글씨인 쪽이 보통이나
이쪽은 하얀 것은 글씨에 까만 것은 종이이다
석판에 먹을 묻혀 종이에 찍는 방식으로 만들어서 그렇다


이게 아는 사람만 알아본다는 그런 작품인가
설명에는 '리듬감과 생동감이 살아있다'고 하는데
맞기야 맞지만 무슨 말인지는 통 모르겠다

역시 글자 하면 이거지
"한석봉"
나에게는 이쪽이 위쪽 왕들의 글씨보다 더 단정해 보인다

조선 미술에서 불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불교의 전파로 적잖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

위에서 불교가 전파되었다고 했는데
유교 역시 전파된 교리이다
그것도 불교보다 더 나중이다
일례로 이 부처 그림 '사불회도'의 경우
조선 11대 왕 중종의 손자인 이종린이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를 위해 만들었는데
이종린은 외할아버지의 장례 당시 상주를 맡았다
이와 같은 장례 문화는 불교식 장례 문화로, 현재까지 내려오는 유교식 장례 문화의 경우
장남이 집안 대표가 되어 장례를 치른다
여담으로 그림 전시 구역에서
감응도라는 매 그림이 있었는데
여러 마리의 매를 아주 귀엽게 그려놓아서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촬영 불가인 작품이라 찍지 못했다


여러 불상들과 문헌
불상을 가까이서 볼 기회는 좀처럼 없었는데
박물관에 오니 실컷 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불상들의 특징 중 '내리깐 눈'이 있다
사실 정면을 똑바로 보고 있는 불상도 있겠으나
평범하게 불상을 떠올려 보라 하면 반쯤 감은 눈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시선을 이와 같이 내리깔도록 제작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절을 하려 엎드린 사람이 올려다보았을 때
부처와 눈이 마주치도록 설계된 것이다


전시의 마지막
훈민정음 해례본
1446년 세종대왕이 직접 쓴 훈민정음 해설 책으로... 당연하게도 국보이다
자음과 모음의 원리를 직접 적었다고 한다
솔직히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지만
그럼에도 한글의 시초라 생각하면 어떤 자부심이 든다

특별전시실을 빠져나온 모습
어느덧 밤이 다 되었다

집에 가기 전 수상쩍은 통로를 찍었다
그런데 이곳은 지하주차장으로 향하는 통로였다
어쩐지 다른 세상으로 향하게 될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좀 더 현실적으로는
모기한테 몇 방 뜯길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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