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투파를 관람한 다음
탕평전을 보러 왔다
들어가자마자 영조의 글이 반긴다
영조는 공론화에 관심이 많았는지
자길 정치적으로 몰아가는 세력들에게
반박하기 위해 글을 많이 썼다
글씨를 잘 쓰네
게장 사건
당사자들은 정말 심각했을텐데
어쩐지 웃기다
게장 사건이라니...
탕탕
평평
왕궁의 의례 등을 그림으로 그려 기록한 것
이렇게 그려두면 후대에서 보고
참고하기 좋았을 것이다
어딜 가도 글이 가득하다
사실 전시를 보면서
이렇게나 글이 많은 곳은 처음이었는데
나름 재미있었다
공로가 뛰어난 이들은
초상화를 그려 치하하기도 했다
솔직히 이런 걸 보면
머리로는 그림이라는 걸 알겠는데
도대체 어떻게 그렸는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정조와 심환지의 편지
정조가 심환지를 몹시 아꼈다 적혀 있는데
진짜다
게다가 거침없는 호로자식 발언까지
여러모로 재미있는 편지들이다
이 편지는
심환지가 없는 동안
서용보가 심환지 뒷담을 해서
그걸 곧이곧대로 심환지에게 일러바친 내용이다
정치 쇼를 모의하기도 했다
근데 읽다보니까
이런 게 다 남아서 만천하에 공개됐다는 사실이
웃기다
정조가 내린 글과 시
정조는 이렇듯 자신이 아끼는 신하들에게
직접 글을 써서 하사하기를 즐겼다
마음이 담긴 손편지라고 할까
지금도 누군가의 손편지를 받으면 마음이 좋은데
임금 알기를 하늘처럼 알던 이 때에는
얼마나 감개무량했을까
이 글은 정조의 다른 글들과
서체가 많이 다르다는 설명이 적혀있는데
그러고보니 서체를 연구해서
누가 이 글을 적었는가 밝혀내는 사람들이 있다
왕이 내린 글의 경우
왕이 내렸다는 도장이나 인증이 박혀있지만
그렇지 않은 글과 그림이라면
그러한 전문가들이 직접 대조하고 밝혀내니
참 대단하다
정조 핑크
정조 하면 꼭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아버지 사도세자
워낙 유명하고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라 알겠지만
사도세자는 아버지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죽었다
억울한 죽음이었고,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는
이 때문에 왕위에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에 시달렸으나
결국 왕위에 올라
아버지의 명예를 복권하기 위해 큰 노력을 쏟았다
또한 영조 역시
정당한 왕위 계승자가 아니라는 추문에 시달려야 했다
초반에 언급된 게장 사건... 때문이다
자신이 경종에게 독이 든 게장을 보내어 살해하고
왕위에 올랐다는 추문 때문에 영조는 참 힘들게 살았다
그것이 주변으로의 의심으로 이어지고,
그 의심 때문에 제 아들 사도세자에게 불똥이 튀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무튼 영조는 왕위의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자신이 효종, 현종, 숙종의 후계자라는 이른바 '삼종혈맥'을 주창하며
위와 같이 숙종의 초상화를 들고 가는 행렬에
자신이 탄 가마를 그려 넣으라 지시했다
앞서 언급했듯 정조는 사도세자의 명예 회복에 힘쓴 사람이다
영조의 세손으로서 대리청정을 할 적,
그는 영조에게 부탁하여 승정원일기에서 사도세자의 기록을 지워달라 요청했다
그때 영조가 이를 받아들여
기록을 지워버리고,
효손이라 쓴 글씨를 새긴 인장을 정조에게 주었다
예를 엄격히 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인정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이 무엇보다 가슴을 울리더라
즉위한 1776년의 기록
아버지에 대한 컴플렉스가 상당했는지,
영조는 한 번에서 그치지 않고
몇 번이나 사도세자의 명예를 세웠다
위 사진의 청룡은
사도세자의 관을 임시 안치한 창궁 내부에 그려진 그림을 옮겨놓은 것이다
청룡 백호 현무 주작 조합으로 사수도라 하는데,
사수도는 왕과 왕비의 찬궁에만 그릴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우리가 익히 아는 칭호이자
영조가 좋지 못한 뜻으로 내린 칭호
사도세자의 사도 대신
장헌이라는 시호를 올리고,
세 차례 그를 드높이는 존호를 올렸다
마지막 1795년에는 무려 8글자 존호를 올렸다
더도 덜도 아니고
왕에 버금가는 존호이다
이것들 역시
사도세자를 높이면서 만든 인장들
여기서 반차도라는 걸 봤는데
엄청나게 길었다
척 봐도 엄청나다
그런데 이게 전체가 아니고
일부만 펼쳐 둔 것이다
굉장히 정교한 그림
전체 길이는 무려 45m 정도...
이걸 다 맞춰서 그리는 것도 엄청났겠다
직접 보면 곧 압도되는 크기
화성원행도
영조도 그렇지만
정조 역시 이렇게 무엇이건
글로 남겨두거나
그림으로 남겨두는 것을 무척 중시했다
어머니 혜경궁에게 바친 그림
혜경궁도 굉장히 고생이 심했겠다
전시를 다 보고 나오니
직접 행사 그림을 만들어보는 이벤트가 있었다
그리고 나면
이렇게 큰 화면에 띄워주기도 한다
도전!
우선 배경을 고르기 위해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한다
어떻게 꾸며야 좋을까?
브러시는 얼마나 고를 수 있을까
...고를 수 있는 게 정말 많아서 헤맸다
어찌저찌 완성
큰 화면으로도 감상했다
뿌듯한 느낌이었다
다음
경천사지 십층석탑을 바라보며
기증관으로 이동
2층에 기증관이 있다
말 그대로 기증품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국중박에 몇 번 왔지만
기증관을 구경한 적은 없어서 들렀다
기증한 사람이나 주변인의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다
대개 수집가란 자신이 수집하는 물건에 대한
집착도가 상당해서
아주 뜬금없는 장소에서 뜬금없이 해당 물건을 찾아내고
호시탐탐 수집할 기회를 엿보는데
그것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무언가 인생에 몰입할 것이 있다는 사실은
가히 존경스럽다
손기정이 그리스 투구를?
사연을 보니
이것이 베를린 올림픽때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에게 주기로 한 투구라 한다
그런데 손기정이 우승했으나 받지 못했고
어찌저찌 50년이 지나 돌려받았는데
그것을 국가에 기증했다
존경스러운 사람이다
사진으로 잘 보이지 않지만
투구 안쪽에 올림픽 우승자에게 주는 투구라 적혀있다
이 외에도 기증된 물품이 상당하다
기증만 거의 1만여 점을 달성한 사람도 있다
이런 분들 덕분에
멋지고 아름다운 유물들을 한데 모아 볼 수 있는 거겠지
즐거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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