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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0312 그 남자의 파스타 + 라콜롬브 + 연극 로미오 앤 줄리

by 원더인사이드 2025. 3. 23.







다시 찾은 그 남자의 파스타
가격이 괜찮고
피자가 맛있고
출구에서 꽤 가깝다






리조또와 피자
평소에 파스타집가서 리조또를 먹지 않는데
이날은 먹고 싶었다
육즙이 리조또에 스미는 모양새가 좋고
파삭한 페스츄리 도우의 식감이 좋아서
만족







이 날은 친구와 연극을 보기로 해서
근처 카페 라콜롬브에 있었다
특출나지는 않지만
공간이 꽤 넓고 맛있다




 

 

 



정말 정말 따뜻하고 좋은 극이었다

 

 

사실 이 극을 보기 전에는 일종의 양가감정이 있었다

미혼부, 임신 중절 등의 소재가 전면적으로 등장하는데

시놉시스만 읽어봐도 정말 좋은 극일 줄 알게 된다

그런데 역으로 그런 소재이기 때문에 마음이 많이 힘들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보고 싶지만 한편으로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다

 

이 와중 이날 함께 식사를 한 친구가

초대권이 두 장 있으니 함께 보러 가자고 말해주어서

정말 고마운 기회로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극은 정말 좋았다

 

로미는 알콜 중독 어머니와 함께 사는 미혼부이다

교육을 받지 않았기에 글을 읽지 못하고 잘 사는 집안도 아니다

딱 봐도 소위 말하는 '벤츠'는 아닌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똥차'도 아니다

로미는 원나잇 상대방이 낳은 갓난아이를 자신이 홀로 키운다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청구하지도 않고, 정말로 고군분투하면서도 아이를 자신의 손으로 키워내고자 한다

 

그리고 줄리는 중산층 가정의 고등학생

똑똑하고, 자신이 똑똑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물리학자가 꿈이어서

옥스포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매일같이 공부하고 있다

 

둘은 카페에서 만나고 서로에게 호감을 갖는다

로미는 줄리가 '허무맹랑한 꿈'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좋아했다

입으로는 안될거라 하지만 가슴 깊이 이루어지리라 믿고 있는 눈이었는데

정말로 꿈에 몰두한 사람의 모습이라 좋았다

또한 줄리는 자신이 진정한 자신으로 있을 수 있도록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로미에게 끌린다

 

그래서 줄리는 '커뮤니티 봉사활동'을 한다는 명목으로

로미의 집에 몇 시간씩 가서 로미의 아이를 봐주기로 한다

 

그리고... 여차저차해서 임신을 하게 된다

 

이후 정말로 여러가지 사건이 일어난다

 

줄리는 아이를 낳고 싶어한다

로미를 너무 사랑하고 로미의 아이마저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아이를 낳고 로미와 함께하면서 진학하고자 한다

옥스포드에서 입학 제안이 왔지만

현실적으로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기 힘들기에

옥스포드가 아닌 지역의 더 낮은 등급을 필요로 하는 대학에 가기로 계획을 세운다

 

물론 옥스포드를 보내기 위해 딸의 뒷바라지를 하던

줄리의 부모는 말 그대로 뒤집어졌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둘은 딸이 아이를 지우기를 원한다

솔직히 생각하자면 나도 그랬다ㅋㅋ... 아무리 생각해도 미래가 너무 안타까워서

하지만 줄리가 너무 필사적으로 원하니까

마냥 대놓고 지웠으면 좋겠다 생각하기도 미안해졌다

 

결국 집에서 쫓겨난 줄리를 로미네 엄마가 받아준다

로미의 엄마는 전혀 고상하지 않고, 술에 취하면 최악이지만

그럼에도 줄리를 정말 좋아한다

 

이리하여 줄리와 로미가 동거하며 로미의 아이를 함께 돌보고 사는 생활이 시작된다

 

그런데 힘들어하던 줄리를 줄곧 지켜보던 로미가 결국 줄리를 떠나보낸다

사실 로미가 조금만 더 욕심을 부렸더라면

줄리와 계속해서 함께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과 함께하지 않는 삶이 더 나으리란 걸 깨닫고

정말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말이 딱 들어맞게 떠나보낸다

 

그래서 결국 줄리는 어떻게 하느냐

임신 중절을 선택하고 옥스포드로 진학한다

로미를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옥스포드에 가서도 될 수 있는 한 함께 지내겠다고 로미에게 말하지만

로미는 줄리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줄리를 완전히 보내주려고 한다

그럼에도 기다려달라고, 기다리겠다 말해주지 않으면 못 떠날 것 같다고 하는 줄리에게

줄리를 믿겠다고 말하는 로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극은 끝난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내심

줄리가 임신 중절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줄리는 너무 어리고, 준비도 안됐고

정말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려고 했지만 결국 많이 힘들어하면서

로미가 사랑하던 꿈을 좇는 희망찬 모습까지 잃어간다

 

그럼에도 무턱대고 임신 중절을 했으면 바랄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줄리가 아이를 갖고

로미와 함께 지내면서 정말 행복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줄리의 모든 선택을 응원하고 싶어졌다

언제 어떤 선택을 했든지간에 잘못된 선택은 없었다고 말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로미는... 정말로 좋은 사람이었다

벤츠는 아니지만 똥차도 아니라고 적은 이유가 여기 있다

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로미는 분명히 똑똑하다

그래서 줄리가 스스로 '나는 행복하다'고 반쯤 세뇌하면서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옥스포드 진학을 포기하는) 절망으로부터

눈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빠르게 깨닫는다

자신이 바란다면 줄리를 얼마든지 붙잡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줄리를 떠나보낸다

현실에 로미와 같은 남자가 정말로 있을까? 의구심마저 들었다

그만큼 좋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들

로미의 어머니와

줄리의 아버지와 어머니

조금 신기했던 점이 있다

 

보통 드라마나 매체 등을 보면 소위 '발암' 역할인 캐릭터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객관적으로 누가 봐도 민폐라든지 진상짓을 하면서

공공의 적이 되는 인물들이다

가족들이 여럿 나오는 매체의 경우 이런 '발암' 캐릭터들이 거의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다들 각자의 단점들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도 다들 완전히 나쁜 사람이 아니며, 정말로 중요한 사실은

다들 정말로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이 관객에게 보였다는 게 참 중요했다

 


보면서 계속 울어서 몇 번이나 보기는 어렵겠지만ㅋㅋㅋ

참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지고

좋은 연극이었다

봐서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