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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0419 대학로 애틀랜틱 + 뮤지컬 백작 밤 공연

by 원더인사이드 2025. 4. 26.




 

 

 

정말 오랜만에 공연을 보는 날

식후경이다

 

여기는 로터리 근처 아파트 단지에 있는 애틀랜틱이라는 곳인데

늘 가고 싶어서 벼르던 결과 와보게 되었다

이날 만난 친구가 밤에 볼 공연을 보여줘서 내가 밥을 사기로 했다

자리마저 정말 맘에 쏙 드는 곳으로 잡아줬기에 고마울 따름

 

애틀랜틱의 특징은 맛있다

아마 사장이 혼자서 운영을 하나...? 싶은데

그래서 시간은 좀 걸리지만 확실히 요리를 퀄리티있게 내려는 마음가짐이 보인다

맛도 있었다

식사로 크레페를 먹고 싶다면 가도 좋을 곳

 

간혹 자리가 없어 대기를 해야 할 때도 있는데,

이 가게 옆으로 진짜 괜찮은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그러니까 걱정은 없다

 

친구와 이곳에서 보고 싶은 공연 이야기도 했다

이혜영 주연의 헤다 가블러

그런데 이 공연... 모든 날짜가 전석 매진이라

과연 볼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그리하여 이날 본 공연은 다름아닌

 

뮤지컬 백작

 

2년 전에 처음으로 올라왔던 극이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재연이 되겠다

 

여러가지로 많이 바뀌었다고 들어서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그럼에도 가장 기대했던 점은 역시 라이브 밴드였다

MR을 쓰는 건 안정적이지만, 라이브 밴드는 역시 현장감 자체가 다르다

그리고 MR도 꼭 안정적이라는 법은 없다

초연 때 딱 한번 이런 일이 있었는데 기계 결함으로 음악이 안 나와버렸다ㅋㅋ

 

아무튼 라이브 밴드는 무지하게 기대를 하고 들어갔던 부분이었다

 

또 기대했던 점은 자리

내 자리는 말하자면 외딴섬으로 양옆에 아무도 없는 자리였다

요상하게 드림아트센터에 이런 외딴섬들이 있는데,

난 앞자리보다도 이런 외딴섬 자리들을 선호해서 너무 궁금했다

그런데 친구가 딱 이 외딴섬 자리를 구해다 줬다

 

...사실은 정말 좋아하는 게임이 나와서 그 게임을 하느라 대학로를 자주 가지 않았다

그런데 표를 주겠다, 자리도 좋다, 하니까 더이상은 호의를 돌려보낼 수가 없었다

고마운 친구

 

 

다시 극으로 돌아가자면

 

우선 백작 배우는 초연에도 봤던 배우였고,

내가 이 사람 목소리를 정말 좋아해서

게임을 열심히 하겠지만 언젠가는 들으러 가야겠지 생각했었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V 배우는 뮤지컬 백작에서 본 적은 없지만

다른 뮤지컬에서 자주 봤기 때문에 어째 예상은 갔다

그 예상을 뒤엎을지 그대로 따라갈지 그것이 관건

 

그래서 최종 감상은?

=한 달쯤 더 있다가 봐야겠다.

 

이유는 연기 때문

못한 건 아닌데 그냥 보면서 의도를 알 수 없는 순간이 종종 있었다

내가 연기자는 아니지만, 누군가가 연기하는 걸 꽤 오래 봐온 입장에서 써보자면

좋은 연기란 이해시키는 연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울 때 관객도 슬프게 만들고, 내가 웃을 때 관객도 기쁘게 만드는 것

나의 자아를 확장시켜서

무대 위 세상을 받아들이려는 관객의 자아에 닿도록 하는 것

이다

 

극을 보면서 '왜 저럴까' '지금은 무슨 감정이지?' 의문이 들었던 순간들이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 좀더 쉽게 납득할 수 있겠다 여겼다

 

 

그리고 사실은 다시 안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건 내가 초연을 많이 봐서 그렇다

초연과 달라진 부분이 굉장히 커서 낯설었다

좀더 락 느낌을 넣고자 그쪽으로 특화한 작곡가가 원곡 편곡을 맡았고

그러면서 라이브 밴드도 추가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 편곡이 아무래도 나에게는 너무 낯설고 이상했다

그래서 라이브 밴드가 좋아야 하는데 몰입에 방해가 됐다

 

잠깐!!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초연을 많이 봤기 때문에 생긴 감상이란 걸

모르는 바 아니다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지 아니하나니 그렇게 하면 부대가 터져 포도주도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됨이라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둘이 다 보전되느니라" (마태복음 9:14~17)

 

즉 초연은 초연대로, 재연은 재연대로 봐야 좋겠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음이 안 맞는 걸 어쩌란 말인가?

 

어찌저찌 노래는 그렇다 쳐도 참 곤란한 것이,

드럼 앞에 무대를 향해서 투명한 플라스틱 판이 있는데

아마 스틱이라든지 뭔가 튀어나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보호판 같다

내가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이 보호판에 1열 관객 얼굴이 다 비쳐 보였다

극 내내 이런 것은 아니고 특정 장면에서만 이렇다

그리고 앉은 자리의 각도에 따라 안 보일 수도 있겠다

 

중요한 건 내가 봤다는 사실이다

 

뭐 이러쿵저러쿵 많이도 말을 했는데,

극을 많이 보는 친구들은 다들 두 번째 보면 익숙하고 좋다고들 한다

실제로 두 번만 본 친구들은 없다

다들 세 번 네 번씩 회전문을 돈다

 

그러면서 정말 고맙게도 주변에 안 본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든 데려가려고 자리를 알아봐주고 수고를 한다

참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나는 왜 이번에 진작 소매넣기를 안 당했느냐 하면

 

1. 연기 숙련도 때문 도 아니고

2. 편곡이 싫어서 도 아니고

3. 1열 관객 얼굴이 비쳐서 도 아니고

 

4. 게임

 

때문이다

5월 초까지 게임 내에서 축제를 한다

그러니까 축제가 끝나기 전까지는

아무래도 뮤지컬을 더 볼 생각이 없다

 

축제 ㄱㄱ

 

 

 

...로 글을 끝내려고 했는데

이러면 극에 대한 악담밖에 안 남아서

좋았던 점도 쓰고 끝을 내야겠다

 

우선 노래가 정말 좋았다

방금 전에 편곡 싫다고 하지 않았나요? 싶은데

편곡도 진짜 낯선 편곡이 있고 원본이 좀 유지된 편곡이 있다

내가 쓰는 건 후자

초연 때에도 정말 좋아했던 노래

같은 배우가 똑같이 아름답게 불러서 듣는 내내 행복했다

 

또 좋았던 건 앵콜 때 다같이 노래를 불렀던 점이었다

커튼콜이 끝나면 앵콜 시간이 오는데

이때 정해진 곡들을 함께 부를 수 있다

옆자리에 척진 원수가 앉는 게 아닌 이상 정말 즐겁게 노래부르며 놀 수 있다

 

고마워요 뮤지컬 백작

고마워요 저를 앉혀주신 친구

덕분에 이날 행복했습니다

난 이제 인터넷 세상에서 행복하고 있을게요

언젠가 다시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