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신기한 꿈을 꿨다
정확히는 꿈을 꿨는데, 신기한 체험을 했다
라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미리 써두지만 복권 당첨 번호라든지, 죽은 가족이 나타났다든지(이쪽은 신기하지는 않다)
기타 등등 현실과 실질적으로 관련 있는 체험은 아니다
우선 꿈이란 무엇인가
여러 정의가 있겠지만 나는 과학 쪽을 믿는 편이라
뇌가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며
멋대로 무의식 중 환상을 보이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살면서 자신의 뇌의 약 10%도 못 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의 뇌는 방대하고 무궁무진하다
그렇기에 수천 잠을 자고 수만 아침을 깨어나면서도
항상 다른 장소에서 다른 경험을 얻는 무한대의 시뮬레이션 체험이 가능하다
여기서 꿈을 경험으로 볼 수 있는가? 는 차치하고
그럼에도 뇌는 하나이기에
어떨 때에는 의식이 같은 장소로 불려지기도 한다
내 방식으로 말하자면 뇌가 오늘 하루를 정리할 장소로
일주일 전 빌렸던 장소를 다시 빌린 것이다
나 같은 경우, 현실에는 없는 커다란 백화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 백화점의 크기는 대강 동대문 메가박스 건물 정도라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내부는 보통 백화점과 같이 황금색 로비가 있고, 위쪽으로 원형 채광창이 뚫려 있다
이 1층 로비와 백화점의 모든 층이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되어있다
1층 중앙에서 각 층으로 뻗어나가는 방식
4층에는 아무도 없는 가구점이 있다 침대와 침구류, 방석 이불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 곳에서 급하게 가을철 마른 수풀이 자란 산비탈로 빠져나갔던 꿈을 꾼 것이
꿈속 백화점과의 첫 만남이었다
7층은 훨씬 안정적이고 커다랗다
플로어 전체를 쓴 게 아닐까 싶게 큰 카페가 있는데 바닥이 온통 푹신하고
군데군데 원형으로 푸른 빛을 내는 연못 같은 것이 비쳐 보여서
사람들은 다들 그 연못 주변에 앉는다
사실 연못이라 함은 강화 유리 바닥으로, 아래에는 거대한 아쿠아리움이 있어서
물고기들이 발 아래로 헤엄치는 것을 구경할 수 있다
바 테이블도 있고, 전체적으로 조명이 어둑해서 정말 편안하고 안정되는 장소이다
나는 그 곳에 앉아본 적은 없지만 존재를 알게 되었다
백화점 이야기는 이만하고
다음은 신기한 경험
며칠 전일까 몇 주 전일까 몇 개의 꿈을 연달아 꾸었다
학교에 다니는 꿈, 어느 숙박업소 내지 저택에 들어가 다른 통로로 빠져나가는 꿈,
엄마 차에서 무언가 가지고 나오는 꿈
사실은 모두 하나로 이어져있을지도 모르고
이렇게 써 놓으니 이상하지만 꿈이란 건 그런 법이다
학교: 현실 다녔던 학교는 아니다... 나는 여기서 아무도 모른다
선생도 학생도 다들 모르는 얼굴 뿐이고 무엇보다도 가장 큰 특징은 엄청나게 졸립다
꿈 속에서 졸릴 수가 있나? 싶지만 어쨌든간에 엄청나게 졸려서
나 스스로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도 모른다 어느샌가 다른 학생들에게 둘러싸여서
공처럼 다들 달라붙어서 누군가가 머리를 누르고 있고 누군가가 말리고 있고 난장판이다
아무래도 내가 무슨 잘못을 한 듯 한데 나는 전혀 알 수가 없어서
정말 좀비처럼(느린 좀비) 휘적휘적 걷거나 졸다가 기상해서 알 수 없는 질문을 듣는 기억 뿐이다
저택 탈출: 딱히 갇힌 것이 아니니 탈출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1층으로 들어가서 계단을 올라가거나 방을 들어가거나 미닫이문을 열거나 복도를 지난다
동양풍 저택인데... 중국쪽 같기도 하고 여하간 둥글고 큰 창을 찾아서 초원으로 나온다
차량: 무언가 가지러 갔을텐데... 정확히 뭐였는가 기억이 안 난다
날씨는 맑음 해가 쨍쨍 비쳤다 덥지는 않았다
뒷좌석에 들어가면 눈물약 같은 약들과 지퍼백 알약 등등이 아주 많았다
내가 원하는 물건은 앞좌석에 있었고
문을 닫은 후 앞좌석의 차 키로 문을 잠그려 애썼던 기억이 난다
딱히 도망치고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게 있다
뒷좌석에는 상기했듯 약들이 많았는데, 그것들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중요하지 않은 덴마크 드링킹 요구르트(우유팩에 담겨있는 것)가 하나 있었는데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마셨던 것 같고,
차에서 나갈 때 같이 가지고 나가서 버려야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잊어버렸다
그리고 물건을 차에서 가지고 나왔다
이것이 과거의 꿈
그리고 오늘 아침 정확히는 어제 새벽 또 다시 꿈을 꾸었다
완전히 똑같은 꿈이었다
다른 점은 학교를 제외한 저택과 차량을 동생과 함께 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 꿈이 추가되었다
동생과 어느 카페 2층에 갔는데
아래로 내려가는 접사다리가 망가져서, 점원이 고치러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동생은 매일 오후 6시에 챙겨보던 EBS 다큐멘터리 방송을 못 보게 되어서
내가 사과했다
신기한 체험은 차량에 들어갔을 때 발생했다
동생은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대기했고, 내가 들어갔다
나는 모든 꿈이 예전과 같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수긍하고 있었고
예전과 똑같이 행동했다
그런데 차량에서 딱 한 가지 다른 게 있었다
덴마크 드링킹 요구르트였다
만일 이 꿈이 정말로 처음부터 반복된다면 나는 또 요구르트를 마셔야 한다
그런데 요구르트는 내가 잊어버려 방치한 그대로의 상태로
상당히 시간이 지나 안에 찌꺼기가 말라붙어 있었다
그러니까 이 꿈 속의 세계는 반복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반복한 것은 나 뿐이고
이 세계의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다
가지고 나와야 할 물건도 그대로 있었는데
지난 번 꿈의 나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주 궁금하지는 않다
다만 이렇듯 똑같은 꿈을 꾸면서
나 혼자 루프를 돌고 세계의 시간이 그대로 흐르는 체험을 한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신기하여 적어보게 되었다
이 외에도 호러 쯔꾸르 게임 같은 꿈이라든지
연예인에게 차를 빌리는 꿈이라든지 요상한 꿈을 꾸었었는데
인상깊은 게 있다면 적어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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