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3월 초
웹하드에 업로드해둔 자료들을 한 데 모으고자
외장하드를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다
검색을 해보니 WD, 씨게이트, 도시바가 좋은 듯 한데
서핑 중 WD 제품 중 2TB 4만원짜리를 발견했다
해외배송이라 좀 오래 걸리긴 했지만
해외배송료를 따로 받지 않는데다가 용량이 커서 만족스러웠다
5일자 쿠팡에서 주문했더니 18일에 도착 예정이라는 연락이 왔다
급하게 필요하지 않았으므로 느긋하게 기다렸다
나는 기다리는 데 능하지 않으나 해외배송이라니 어쩔 수 없었다
대망의 18일
상품이 도착하기는커녕 쿠팡에서 아무런 메세지도 없었다
이상하게 여겨 쿠팡 홈페이지를 들어갔는데,
상품은 배송 출발 상태인데다가 16일 도착 예정이라 씌어있었다
그러니까 16일에 도착했어야 좋을 상품이
18일에도 도착을 안 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운송장 번호를 복사했다
배송조회
앞서 써두자면 이 상품은 중국에서 발송되는 해외 상품이었다
즉
중국 본토 - 관세 - 국내택배(cj) - 우리집
순으로 배송이 되는데,
우선은 대한통운 쪽에 조회를 했다
파업 여파도 있으니 어디 물류에 물려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의외로
송장 번호를 찍어넣었더니 미등록운송장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미등록운송장이란?
판매자가 송장 번호를 등록했는데,
택배기사가 아직 수거하지 않은 상태를 가리킴
국내 택배라면 몰라도 해외상품이니만큼 불안해져서
관세청 유니패스에 들어가 조회했다
송장번호로도 조회할 수 있어 편리하다
하다못해 중국에서 빠져나와 한국에 도착했으면 좋으련만...
그리하여 유니패스에 송장번호로 조회한 결과
'조회할 수 있는 정보가 없습니다' - 중국에서 나오지도 못함
마지막 희망으로 유니패스에
개인통관고유번호로 조회한 결과
'조회할 수 있는 정보가 없습니다'
이 때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정보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9일날 접한 뉴스
코로나로 인해 중국의 대도시가 대부분 봉쇄되었으며,
택배가 언제 들어오고 나갈 지
봉쇄가 언제 풀릴 지 불분명하다는 내용이었다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이리저리 찾아봐도 답이 없으니
결국 오전 중 쿠팡 고객의 소리에 문의를 남겼다
그리고 당일 오후 중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고 싶지 않으면 문의란에 적으면 된다)
상담사의 답변 역시 내가 아는 내용과 일맥상통했다
현지 상황이 좋지 않아 언제 물건이 도착할 지 모른다는 것
영 답답하긴 했지만 어쩌겠는가?
예상했던 답이기도 하고, 상담사의 잘못은 없다
환불 이야기를 꺼내자, 환불이라면 지금 당장도 가능하다 하기에
조금만 더 기다려보겠노라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21일
역시나 나의 WD 4만원 2테라 외장하드는 중국을 나오지 못했다
안되겠다 싶어 취소하고 다른 하드를 찾기로 했다
쿠팡에서도 이 사태를 인지하고 있는지, 취소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11번가에서 국내 외장하드를 주문했다
용량은 1테라에 WD, 시게이트, 도시바 셋 다 아니고
금액도 4만원 더 넘어가지만
아예 못 받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애초에 백업할 자료의 양이 몇 테라씩 되지도 않는다
그리하여 며칠 안에 하드가 도착했다
몇백 기가를 업로드하느라 밤을 샜지만 뿌듯했다
여담으로... 봉쇄 정책 그거 얼마 안 갈지도 몰랐지만
상대가 중국이라 빠르게 포기한 점도 있었다
애초에 중국은 생각을 길게 하는 국가다
한 번 정책을 세우면
5년?
10년?
아니다...
이들은 몇 세기 앞을 생각한다
내가 딱히 중국을 좋아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나라가 그렇다
물론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 봉쇄정책(그것도 대도시)에
이런 장기 사고 방식이 먹힌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한 번 봉쇄하면 운 좋아야 몇 주란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봉쇄가 좀 풀렸으려나?
다음부터는 배송지와 현황을 좀 알아보고 구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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