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본 느낌
그럴만도 하다
뮤지컬 백작은 그렇게 학을 떼도록 봤으니
친구랑 보러 왔는데
링크아트센터라고 비교적 새로 지어진 극장에서
하는 극이었다
이 극장의 특징은 새것이고,
화장실이 많고 넓고 미로 같다
화장실 안에서 눈 감았다 뜨면
나갈 수 없는 화장실 미로로
순간이동할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극은 재미있었다
정말 오래간만에 여러 사람의 화음을 들었는데
전율이 돋아났다...
라이브 연주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줄거리는 대강
돈 파블로 맹인 학교에 이그나시오라는 학생이
전학을 오면서 벌어지는 소동
배경이 맹인학교라서
교장 대리인이자 부인인 도냐 페피따를
제외하고는 극중의 모두가 맹인이다
배우들이 각기 맹인 연기를 하는 것도 인상깊었다
아무튼 이 이그나시오라는 학생도 맹인인데
자신의 처지를 무척 비관하고
주변에 우울을 퍼뜨린다
그리고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지 않는
돈파블로의 맹인 학생들이 허황된 환상을
품고 있다며 아이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그래서 1막이 끝났을 때에는
이그나시오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정신병원은 아니더라도 심리상담은 받아야 할 것 같고
(이건 극 다 본 지금도 마찬가지로 생각한다)
모두를 우울에 빠트리면서
여학우들의 얼굴에서 미소를 앗아가는 녀석이었기 때문이다
앞이 안 보인다고 해서 자기 자신을 비관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더 불행해질 뿐 아닌가?
그렇게 묻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적어도 극중에서는 시력을 회복할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막을 보면서는 조금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우선 이그나시오 이놈은
여자를 좀 꼬실 줄 아는 녀석이었다
남의 여자를 그렇게 꼬시다니... 다시 봤다
그리고 비관적으로만 굴던 이그나시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결국은 '앞을 보고 싶다' 였다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바라면서 고통스럽기
vs
포기하고 안주하며 행복하기
극은 이것에 대해 말하려고 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비단 눈이 멀고 아니고의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넘어서기 엄청나게 어려운 차별에 대해서
더러는 선천적 더러는 후천적인 그런
차별적 구조에 대해 말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극이 끝나고
친구와 밥을 먹었다
투파인드피터
체인점이다
물기가 많은 타입의 알리오 올리오
맛이 강한 버터 치킨 리조또
맛은 그럭저럭이었다
사실 맛있기는 했는데
가격이 좀 나갔다
알리오올리오가 1.2-1.3
버터치킨이 1.7
로 기억한다
밥을 먹은 후에는
술을 마시러 갔다
혜화 달콤한잔
김렛을 먼저 주문했다
신맛이 강하고,
마시고 나서도 입 안에 남는다
지난번에도 주문한 치즈 플레이트
그러고보니 친구와는
함께 보았던 극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뮤지컬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에 등장하는 인물 중
미겔린이라는 조연 이야기를
많이 했다
미겔린은 쾌활한 친구인데
엘리사와 연인 사이이고,
"나는 얘의 베이비야"라고 말할 정도로 죽고 못 산다
또한 교내 리더격인 까를로스와 둘도 없는 절친이다
그래서 이그나시오의 비관적인 태도를
무척이나 꺼려하며 적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겔린은
도냐 페피따의 지시로
이그나시오와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함께 두문불출하다가...
다시 나타났을 때,
완전히 이그나시오의 사상에 동조하며
엘리사와도 서먹해지고
까를로스와도 멀어져버렸다
심지어는 까를로스를 비난하기도 하고
친구였던 건 다 잊어버린 것처럼 군다
(이 대목에서 모두가 까를로스에게 적대적이었는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떠올랐다)
물론 까를로스에게도 잘못이 없지는 않지만...
아무튼 결말 부분에 다다르면,
미겔린은 다시 까를로스와 엘리사에게 돌아간다
아주 착 붙어있다
그래서 정말 개 같다고 생각했다
욕으로 쓰는 게 아니라
진짜로 개 같다
그런데 이제 주인이 자주 바뀐다
버번과 베르무트, 깜빠리 향이 매력적인 불바디에
내가 사랑하는 카타르시스
서비스로 주신 과일들
치즈 케이크도 한 조각 주셨는데
사진 찍는 걸 깜박했다
이곳은 올 때마다 즐거워서 기분이 좋다
돌아오는 지하철 역사에서
커튼콜 사진 전시를 봤다
굉장히 멋진 사진들
아는 극이 몇 개 있었다
그렇게 많이 본
뮤지컬 백작이나...
역시 많이 본
뮤지컬 결투
정말 멋있고 아름다운
사진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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