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보다도 녹사평 가까이 길가에 위치한 바
주인이 한국인과 캐나다인 부부인데
친한 친구들도 자주 오가는 듯 하고
메뉴판이 따로 없이 달라는 대로 만들어준다는
신기한 곳이다
여기를 어쩌다 갔더라
아마도 국중박에 갔다가 들른 듯 싶다
승려 예술가 전시회였나?
그것은 나중에 적기로 하고...
지금은 바 콜리다
마음에 드는 아늑한 인테리어
가장 처음 주문한 건 카타르시스였나
나중 알고보니 내가 좋아하는 카타르시스는
한국식 카타르시스라고 한다
그래서 사장이 레시피 찾는데 애를 좀 먹었다ㅋㅋㅋㅋ
그런데 그 레시피를 보고는
당신 우리 시그니처 칵테일도 좋아하겠군요 하기에
그것도 먹었다
순서대로 올림
2층
작은 부엌과
사진으론 안 보이지만 또 작은 난로가 있다
정말 땔감을 넣어 난방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럼 칵테일을 먹으러 왔으니
칵테일을 부어야지
첫잔으로 국산 카타르시스 간다ㅋㅋㅋㅋ
칵테일 아니더라도 시킬 수 있는 건 많다
커피 음료 음식 등등...
난 술먹으러 갔으니 술을 먹어야 좋겠고
저녁도 안 먹어서
먹을거 있느냐 물었더니
한 시간인지 뒤에 피자를 먹을거래서
좋다고 승낙했다
하기사 내가 국중박 관람 끝나고 바로 온 거라
바를 좀 이른 시간에 들어갔다
보통 카타르시스는
아마레또에 라임주스 바카디(럼)
로 만든다
개인적으로 아마레또 중에서는 디사론노를 좋아하고
라임 주스는 생라임
럼은 잘 모른다
이 중 디사론노와 럼은 양보할 수 있어도
라임 주스만큼은 생라임으로 짜서 넣어야
먹는 맛이 난다
그 점에서 굉장히 만족스러운 칵테일이었고
또 사장이 럼에 일가견이 있어
플랜테이션 다크럼을 넣어주었는데 이것도 괜찮았다
많이 먹어봐야지
두번째
더페이머스그라우스 하이볼
다른 칵테일바에서 처음 알게 되었고
직접 병을 사다가 집에서 말아 먹을 정도로
좋아하는 하이볼이다
더페이머스그라우스는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 중에 가성비가 좋고
같은 라인의 벨즈보다 특유의 훈연향이 적어
하이볼에 잘 어울린다
네이키드그라우스라 해서
좀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도 마셔보았는데
솔직히 차이를 잘 모른다
난 위스키보다 맥주에 더 경험이 많다
세 번째 칵테일 불바디에
주인이 입담이 참 좋아서
(십여 년을 한국에서 영어 가르쳤다 한다)
이런저런 술 얘기를 하다가
추천받은 칵테일로
여기서 처음 마셔보았다
재료는
메이커스 마크
-워낙 유명한 버번... 버번 중에서는 순한 맛이었나
와일드 터키나 버팔로 트레이스보다
마시기 쉽다 들은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온더락으로 마시는게 아직 익숙지 않다
실제로 메이커스 마크는 온더락을 마신 적이 있는데
버번 향이야 워낙에 좋았으나
역시 버번 배럴에이징한 스타우트로 접하는 편이
훨씬 마시기 쉽다 느꼈다
아직 어른이 다 안 된 입맛이구만
베르무트
-이 얘기 하다 불바디에를 만들어준 것인데...
저게(사진 가운데) 아주 귀한 녀석? 이라 들었다
문제는 무엇인지 통 기억이 안 난다
카타르시스에 하이볼을 부은 상태라
영어도 엉망진창이었겠지
그러고보니 왜 영어를 쓰고 있었냐면
이 사장이 내가 영어 쓸 수 있다는 걸 눈치채고 (교사 짬밥이란...)
절대 한국어를 안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뭘 물어도 영어로만 대답해주니
나역시 영어로만 말했다
한국어 못 해서 저러나 싶었는데 어이없지 뭔가
그렇다고 해서 절대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어차피 이 곳은 이태원 아닌가
거기에 맛있는 술도 들어갔겠다 알이즈웰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캄파리
-이탈리아에서는 식전주로 마신다던 아페리티프를 만들 때 주로 쓰는 리큐르
난 캄파리 말고 아페롤 쓴 것을 마셔보았다
총평은 부드럽고 달고 묵직하다
버번을 좋아한다 하니 캄파리는 정량보다 적게
버번을 많이 넣어주었는데
그 덕에 버번향은 더욱 살아나고
캄파리의 드라이한 맛은 줄었다
오렌지 껍질이 향긋하다
내게 딱 맞는 취향은 카타르시스 정도이지만
이것도 좋았다
마지막 네 번째 잔과 식사 겸해서 먹었던 미니 피자
솔직히 식사를 안 하고 가서 그렇지 술안주로는 둘이서 먹어도 좋을 듯 싶다
놀랍도록 맛있기 때문에, 만약 기회가 된다면 꼭 먹어야 함
따로 요리 자격증을 딴 것도 아니고 좀 배웠다는데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나...
무엇보다도 도우를 2층에서 직접 반죽하고 엄청 바삭하다
그건 그렇고 중요한 칵테일
이 곳의 시그니쳐 칵테일인데 이름은 기억을 못 한다
어지간히 취해있었기 때문에 내가 뭐라고 했는지조차 잘 기억이 안 난다
그야 그렇지 뇌가 알콜에서 둥둥 떠다니는데
나 캐나다에서 왔다 나도 어릴 때 갔었다 캐나다에 어디서 지냈고
이런 시시콜콜한 대화를 한 걸 다 기억할 수가 있나
어쨌거나 무엇이 들어갔냐면
프란젤리코
럼 (플랜테이션 더블에이지드블랙)
레몬
이 들어갔다 국산 카타르시스와 아주 비슷한 레시피
다만 프란젤리코는 아마레또와 다르게 헤이즐넛향이 나는 리큐르고,
라임 대신 레몬이 들어갔다
향이 향이라 그런 건지 카타르시스보다는 더 부드럽다
아주 만족스럽게 먹고 마시고 나왔는데
기억 상 거의 7만원 돈을 냈던 것 같다
다른 곳도 아니고 이태원에서 칵테일 넉 잔에 피자 한 판을 해치웠으니
7만원이면 합리적이지 싶다
그리고 사장 말주변이 좋아서 혼자 가도 심심하질 않았다
기회가 된다면
진심으로 꼭 다시 가 보고 싶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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