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곳은 한 번만 방문하지 않았다
꽤 여러 번 서현에 갈 일이 있다면 들렀는데
작아서 세 명 정도 가면 딱 맞을 듯 싶다
여기서 찍은 사진도 많지만 전부 올리기는 어려워 몇 장만 추렸다
AMF
아디오스 마더 퍼커의 약자다
도대체 어쩌다 이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레시피는 보드카, 럼, 데낄라, 진, 레몬 주스, 시럽, 블루 큐라소
상기 재료들을 분량만큼 넣은 뒤 스프라이트를 풀업하면 완성이다
그런데 이 레시피, 어디서 본 것 같다면 착각이 아니다
다름아닌 롱아일랜드 아이스티의 레시피가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블루 큐라소를 트리플섹으로, 스프라이트를 콜라로 바꾸면
롱아일랜드 아이스티가 된다
맛도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거의 비슷하다
취향껏 마시면 좋겠다
다음 잔은 사이드카
코냑, 코앵트로(혹은 오렌지 리큐어), 레몬즙을 넣으면 완성이다
사진처럼 소금을 림에 붙여주면 훨씬 보기 좋고 맛도 있다
설탕이었던가? 내가 마셨던 것은 소금으로 기억한다
사실 나는 사이드카보다 카타르시스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 곳에 올 때마다 카타르시스를 마시다 보니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
사이드카라는 칵테일을 주문해본 것이다
달고 시고 딱 칵테일 맛인데 나는 역시 카타르시스가 더 취향이었다
투명하다: 여기까지는 무엇인지 모를 수 있다
오이가 들어있다: 헨드릭스진
진이면서 신기하게 오이 향이 나는 헨드릭스진
그냥 마셔도 괜찮지만
역시 캐나다 드라이처럼 어느 정도 달달한 토닉워터에 말아먹어야 맛있더라
여름이 되면 그리워지는 맛이다
이건 사실 잘 기억이 안 난다
뭔진 몰라도 토닉 워터로 풀업한 걸 보면 위스키 하이볼일 것 같은데...
아마 페이머스 그라우스 내지는 네이키드 그라우스 하이볼이 아니었을까?
네이키드는 하이볼로 말아먹기 좀 아까울지 몰라도
페이머스 그라우스는 가성비도 좋고 하이볼로 마시면
일주일 내내 그것만 마시고 살아도 된다
드디어 등장한 나의 사랑하는 카타르시스
럼에 라임즙에 아마레또를 넣으면 완성되는 참으로 심플한 칵테일이다
럼을 바카디를 넣어야 한다 아마레또를 디사론노를 넣어야 한다
이런 말들이 있는데
사실 그런 술이나 리큐어야 평타 이상만 치면 되는거고
가장 중요한 건 이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역시 생 라임 즙이다
나는 이 곳에서 처음으로 카타르시스를 마시고 사랑에 빠졌는데,
이후 대학로의 어느 칵테일 바를 가서 카타르시스를 주문했더니
라임 즙이 아니라 라임 주스를 쓴 것이 확연히 느껴져서 매우 놀랐다
그리고 시판용 주스는 확실히 생과즙과 달라서 맛이 떨어진다
아마레또에 관해서 조금만 이야기하자면
아몬드 향이 나는 낭만적이고 달콤한 리큐어이다
너무 달고 점도가 높으며 도수는 대략 25% 정도
이 아마레또 중 단연 슈퍼스타가 있으니 바로 디사론노이다
디사론노에는 나름의 설화도 있는데,
1525년
레오나르도 다빈치로부터 사론노 성당의 벽화를 그려달라는 임무를 맡은
이탈리아의 화가 베르나르디노 루이니는
당시 사론노의 어느 여관에 머물고 있었다
여관의 주인과 루이니는 사랑에 빠졌고, 함께 특별한 술을 마셨는데
이것이 바로 디사론노의 유래
그리고 루이니는 고마움에 여관 주인을 모델로 하여
성모 마리아의 얼굴을 완성시킨다
실제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은 없으나, 어쨌거나 낭만적인 이야기다
위에서 아몬드 향이 특징이라 했는데
디사론노는 아몬드를 이용해 만든 리큐르는 아니다
그보다는 살구씨를 쓴다
도수는 28%... 국내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자메손 이라고도 부르는 제임슨 아이리쉬 위스키
편의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맛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야 워낙 위스키에 조예가 없고, 그저 하이볼로 말면 뭐든 맛있다고 먹는다
그리고 이 사진을 찍을 당시에는 이미 많은 칵테일들을
(AMF, 사이드카, 헨드릭스진, 카타르시스 등등...)
마셨기 때문에 그냥 취해서 넙죽넙죽 마셨다
제대로 기억나지는 않지만 글렌피딕 아니었을까 싶다
이렇게 뭘 먹었는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준다고 마구 먹으면 안 된다
가게라든지 사장님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이 곳은 분위기도 좋고 가격도 좋고 사장님도 엄청 친절하고 좋은 분이다
그냥 내가 분위기 따라 부어라 마셔대다 보면
가게 나올 적에는 기분 좋게 저 갑니다~ 하고 나와도
계단 내려오고 집에 가다 갑자기 토하는 불상사를 피하기 어렵다
뭐든 적당히 마셔야 좋다
메이커스 마크 버번 위스키
버번!
나는 버번이 좋다
깜장물 진득한 스타우트 흑맥주를 좋아하는 입장으로서
한때 위스키 통에 숙성시킨 (Barrel-aged라고 한다) 맥주들을
냄새가 이상하다 피한 적이 있었으나
이제는 버번 배럴 에이징 스타우트라고 하면 그냥 마시고 본다
버번 특유의 달콤하고 세련된 향이
고소하고 씁쓸하며 진한 스타우트에 입혀지면
그것이 천국이 따로 없다
예를 들자면 항상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지 않는 흑맥주 계의 강자 KBS라든가...
어쨌거나 이렇게 버번 향을 좋아하는데
정작 버번 위스키는 향만 좋지 아직 알콜이 세서 잘 못 마신다
사진처럼 온더락을 해줘도 잘 못 먹는다
그렇다면 이 때는 어떻게 먹었느냐?
전부 위에서 엄청나게 부어라 마셔서 미각이 금방 마비된 덕분이다
마지막은 발렌타인 글렌버기
사장님이 주셨는데... 솔직히 무슨 맛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워낙 예전 사진이기도 하고,
거하게 취한 상태에서 마신 막잔이었다
그런데 확실한 건 하나 있다
무슨 술이든지간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마시면 맛있다
정정
무슨 술이든지간에는 아니다
나는 소주를 전혀 못 마셔서,
아무리 좋은 사람과 함께여도 소주는 못 한다
우선 그 역한 냄새에 몸부터 오그라든다
어쨌거나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다
조만간 한 번 더 들러보고도 싶은데
이제 같이 갈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다
참으로 멋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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