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의 마지막 일정
하루카스300이 위치한 덴노지에서
난바까지 미도스지선을 타고 돌아왔다
다리에서 버스킹을 하던 무리
기왕 소음을 낼 것이라면 이렇듯
차라리 금관악기, 타악기, 현악기가 낫다
추워 죽겠는데
돼지 멱따는 목소리로 남의 노래 불러제껴서
짜증나게 만들지 말아줬으면 한다
물론 요새는
언제든 시끄러우면 버즈를 꽂으면 될 일이긴 하다
다시 1일 저녁의 환락가를 지난다
노리는 것은 하나
전주에서 차새벽 사장님께 추천받은
바 칸쥬리
勘十里 감십리 라고 쓰고
칸쥬리라 읽으며
표기는 bar country
사실 사장님이 추천해주시기 전
내 머리 속에는 가고 싶은 바가 많았다
그것도 추리고 추려서
bar K
bar Soiree
bar Baroque
이 셋에 오사카 바이블 클럽까지
넷이었다
하지만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뒤,
직접 검색해서 알아보니...
척 봐도 엄청난 연식의 웹사이트가
나를 맞이해주었고
메뉴판을 찾아보니
수집한 술이 2,500병을 넘어가
메뉴에 담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씌어있었다
도대체 몇 년 된거냐?
since 1952-
70년.
70년의 세월이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카운터 안쪽 뿐만 아니라
좌석 뒤편까지 술이 가득했다
사실 위스키에는
조예가 도무지 깊질 않아서
잘 모르긴 몰라도
우선 비주얼이 압도적이었다
술을 잘 못하는데도
함께 와준 일행에게도 고마웠다
귀여운 슈나우저
일본 바가 대개 그렇듯이
차지비가 있다
이곳은 500엔
잠깐 기다리면 기본 안주로 치즈를 내온다
이게 또 너무 짜거나 강하지 않고
적당히 씹는 맛이 있어 좋았다
첫 잔 골드러쉬
골드러쉬 하면 보통
버번, 레몬즙, 시럽과 얼음이 들어간다
그런데 이번에 마스터가 내온 골드러쉬는 버번 대신
코른이라는 독일 스프리츠가 들어가서
버번 특유의 달고 향긋한 향보다도
둥글고 시리얼과 같은 단맛이 크게 느껴졌다
또한 이전 다른 곳에서 먹었던 골드러쉬와 다르게
레몬의 신맛이 적은 느낌
역시 들어가는 리큐어가 다르면 맛도 크게 달라진다
맛이며 리큐르,
변화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했는데
정말 능숙하면서도 매너 있게 말씀해주셔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다른 리뷰에서도 읽은 것이지만
정말 보통 노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하고 젠틀하고 영어를 잘 하신다
다음 잔 카타르시스
아무래도 클래식 칵테일은 아니고,
인터넷에 검색해도 레시피가 나오지 않으니
(애초에 한국에서의 카타르시스와
기타 외국에서의 카타르시스는 아주 다르다)
직접 알려드려서 부탁드렸다
칠링한 잔에 멋진 칵테일이 등장했다
맛있다고 했더니
주문 대로 나왔으니 그대로의 맛이 나오겠지요
라고 하셨다ㅋㅋㅋㅋ
아무래도 술이 들어가서 세세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정말로, 몇 마디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매너와 역사가 느껴지는 자리였다
다시 오사카를 간다면 꼭 재방문하고 싶다
전날 방문했던 오사카 바이블 클럽과는 훨씬 다른 태도
전문성이 느껴진다며 감탄했더니
'오래됐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쌓이는 것은 분명히 있다'
와 같은 말을 해주셨다
3,500엔 이상 마시면 선착으로 나눠주었다는
70주년 뱃지
마침 2022년이고 딱 70주년이라
저 뱃지가 남아있다면 가지고 싶어서 전부 팔렸냐 물으니
파는 것은 아니고 재고가 거의 없다 하셔서
역시 12월말이라 전부 소진되었구나 아쉬웠는데
잠시 후
'다투시지 않는다면' 이라며 한 개를 주셨다
알고보니 재고는 있는데
두 사람이 혹시나 다툴까봐 선뜻 주시지 못했던 것이었다
(우리 술값이 6,400엔 정도 나와서 두 개까지는 못 받았다)
정말 고맙게도 친구가 내게 술 좋아하는 사람이 가지라며 양보했고
무사히 칸쥬리 70년 기념 뱃지를 받았다
최고의 기념품
실컷 기분 좋게 숙소로 오는 길
발견한 스리라차 자판기
판매 목적보다도
홍보 목적이 강해보였다
일본은 별의별 것을 다 자판기에 파니까
음료수는 당연하고
담배, 김, 된장국까지...
그런데 왜 술은 자판기에 안 파는 거냐?
스트롱제로 자판기가 있었다면
파친코처럼 넣고 돌렸을텐데
그리고 이 날의 원데이 패스 결산
에비스초 - 오사카코 (이마미야에비스 신사 - 해유관)
오사카코 - 기타하마 (해유관 - 고칸)
기타하마 - 히고바시 (고칸 - 국립국제미술관)
히고바시 - 닛폰바시 (국립국제미술관 - 미미카키텐)
난바 - 덴노지 (후쿠요시 - 하루카스300)
덴노지 - 난바 (하루카스300 - 칸쥬리)
진짜 잘 쓰고 다녔다
원데이패스는 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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