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은 바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일행과 호텔을 나와서
카이센동을 먹으러 갔기 때문
정말 맛있는 곳이라 들어서 기대가 컸다
가는 길에 마주친 작은 신사
일본은 길거리에 신사며 절이
파운드 케이크의 건포도처럼
콕콕 박혀있다
주변에 술집이 많든
홍대같은 곳이든 상관없고
누구든 그곳에서 소원을 빌 수 있다
아침나절이라 한산한 거리
한산한 놀이터
날씨가 굉장히 좋아서 기분도 좋았다
3일차에 들를 덴덴타운인데
역시 아침이라 그런지 매우 조용했다
식당 하나 가는데
무슨 길거리뷰를 이렇게 많이 찍었나 싶겠지만
일본 자체가 땅덩어리도 인구도
한국의 배가 넘어가서 그런지
어딘가 가려면 기본으로 10분은 넘게 걸어야 한다
사실 많이 안 걷는 방법도 있는데
그건 나중에 올리도록 하겠다
어쨌건 하염없이 걷다가
각종 수산물을 파는 키즈시장(木津市場)을 빠져나가면
공사중인 신난바타워가 보이고
<우오이치 카이센동 전문점>
뒤를 돌면 카이센동 전문점
우오이치가 보인다
일본에서 간 대부분의 가게가 그렇듯
점내가 작기도 하고
정말 맛집이라서 대기가 몇 팀 있었다
그마저도 미리 주문을 받아주셔서
빠르게 빠지고 좋았다
아침 6시부터 오후 1시까지 영업하는 식당
그런데 보통은 10시에 닫는다고 한다
그만큼 인기가 엄청나다는 뜻이겠지
우리는 대표 메뉴
우니카이센동을 시켰다
성게알을 많이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조금 고민하긴 했지만
(그리고 성게알 없는 메뉴보다 비싸다)
기왕 온 것 대표 메뉴를 먹어보고 싶었다
카이센동 대령이요
정말...
입이 안 다물어진다
아낌없이 들어간 성게알이며 회들이며
이렇게 훌륭한 카이센동을 본 적이 없었다
수산물 시장 바로 옆이라 그런지
모든 회는 정말 신선하고 큼직하다
새우 머리도 장식이 아니라
달큰하고 커다란 몸통이 확실하게 달려있다
성게알...
난 성게알이 이렇게 살살 으깨지면서
부드러운 감칠맛을 주는 줄 몰랐다
이렇게 촉촉하다니.. 내가 성게알을 몰라봤군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미소된장국을 주는데,
안에 매운탕 고기처럼
뼈가 붙은 붉은살 생선이 들어가 있다
연어일까?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이걸 매일 먹을 수 있겠다
정말 행복하겠다
아침 든든하게 챙겨먹고
일행과는 헤어졌다
저쪽은 고베의 아리마 온천마을을 가고
나는 신사에 들렀다가...
들를 곳이 여하간 많아서 바빴다
라피트 열차 목격
세븐틴 광고가 붙어서
시퍼런 색이 확 줄었다
드디어 이마미야에비스 신사에 도착
했는데...
안타깝게도 공사중이어서
온전한 모습은 보지 못했다
이마미야에비스 신사는
상업과 바다의 신 에비스를 모시는 곳으로
수많은 상인들이
장사 잘 되게 해주십사 오는 곳이라 한다
그래서 지금이야 사람이 적어도
신년이면 근처에서 축제가 열리는 등
열기가 어마어마하다
공사중이어도 소원은 빌 수 있었기에
나도 돈 잘 벌게 해주십사 빌었다ㅋㅋ
일본은 까마귀가 많다던데
생각보다는 자주 못 봤다
그보다도 비둘기가 많았다
이건 한국이랑 똑같네
조그마한 중국 요리 가게
문이 진짜 작아서 신기했다
오사카를 돌아다니다 보니
도로는 좀 널찍하면서
가게는 작고, 건물은 낮은 곳이 많다
지진이 잦아서 그런걸까
역으로 가던 도중 발견한 절
나니와 절 이치간후도우(一願不動)
라고 한다는데
같은 나니와 이름을 쓰는 절들을
저 뒤에 붙는 한자로 구별하는 듯 했다
들어갈 때 인사하면서
줄을 흔들어 종을 울리고 들어가면 된다
들어가보지 않아서
정확한 인사는 모르겠다
도심에 바로 절이나 신사가 있다니
몇 번을 봐도 신기했다
이렇다보니
민간신앙과 일본은 뗄 수 없는 관계로구나 싶었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 역으로
위에서 많이 걷지 않는 방법을
소개하겠다 썼었는데,
그건 바로 자전거다
일본 사람들 엄청나게 자전거를 탄다
자전거를 다루지 못하면
평생 발아프게 걸어다녀야 해서 그런지
다들 자전거 실력이 수준급이다
급선회는 물론
좁아터진 틈을 쌩하니 빠져나가고
아슬아슬하면서 빠르게 달린다
Q. 지하철이나 버스는요?
A. 민영화 너무 비싸요 환승 무료 안돼요
그러니까 난 마지막날까지
두 다리로 튼튼 걸어서
에비스초역 도착
예전 한국 지하철이 생각나는 플랫폼
이 다음 무려 8층짜리 수족관이라는
해유관을 갈 예정이었으므로
에비스초 - 닛폰바시 - 나가호리바시 - 사카이스지혼마치
역으로 가서 환승해야 한다
아직 스크린도어 등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다
헛디뎌서 떨어지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돌이켜보면 한국에서 스크린도어가 없었을 때에는
별로 그런 생각 없이 잘만 지하철 타고 다녔었다
그래서 원숭이 꽃신 이야기가 떠올랐다
꽃신 없이도 돌바닥을 잘만 지나다니던 원숭이가,
꽃신이 생기자 꽃신 없이는 못 다니게 되어서
꽃신을 파는 청설모인지 다람쥐에게 꽉 잡혀 산다는
교훈적인 이야기이다
한큐 전철 차량이 도착했는지
오사카 메트로 전철과 색이 달랐다
물론 이걸 탄다고 해서 한큐에 돈을 더 줘야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
오사카 메트로 전철
커다란 M 마크가 붙어있는 걸 제외하곤
한국 전철과 아주 비슷하다
그러고보니 이날 어제 난바역에서 사둔 1일 패스를 이용해서
오사카 메트로 노선을 다닐 때 돈을 안 냈는데
진짜 잘한 짓이었다는 생각과 더불어...
1일 승차권 패스 자체는
(외국인 전용 패스가 아닌 800엔 짜리)
오사카 메트로 어느 역에서도 살 수 있었기에
그 널찍한 난바를 굳이 헤매고 다닌 게
조금 허무해지는 시간이었다
외국인 전용 패스는 700엔이라
천 원 정도 더 싸긴 한데
교환소가 엄청 나게 한정되어있고, 줄도 길어서
천원 더 내고 평범한 1일 패스를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난 이날 지하철 자체를 5번씩 타서
승차권 가격 800엔 뽕을 제대로 뽑았다
이번 게시글에서는
에비스초 - 사카이스지혼마치 를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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