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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0611 뮤지컬 아웃캐스트

by 원더인사이드 2026. 7. 1.

 

 


친구가 정말 많이 보여주고 싶어했던 뮤지컬
드디어 보게됐다
자리 잡기도 힘들텐데 마련해줘서 참 고마울 따름이다

일단 첫인상은 좀 알기 어렵다는 점

알렉스와 필로스는 가까운 친구 사이로 보이는데,
둘은 알렉스가 일하는 구제샵에 밤마다 모여서
구제샵의 옷들을 가지고 연극 놀이를 벌인다

연극의 내용은 필로스와 알렉스가 만났다가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것

처음 만났을 때 알렉스는 필로스에게 이단의 기도를 알려주었지만

다시 만났을 때 알렉스는 이단을 처벌하는 수사가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디나이얼이 된 셈이다

다시 만나자 재판이 열렸고, 누가 봐도 필로스가 돌팔매 맞아 죽을 것 같았지만

의외로 알렉스가 자신이 이단의 기도를 알려주었다면서 돌팔매형을 자청한다

그런데 필로스가 알렉스 대신 맞아 죽는다

 

그런데 이 연극 놀이의 특징이 있다

1. 전체 극(뮤지컬 아웃캐스트)의 90% 분량을 차지함
2. 그리스 로마 신화의 여러 이야기가 섞임
3. 두 사람의 실제 이야기를 은유로 보여줌

그래서 실제 두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는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시대를 유추할 만한 단서라곤 "교정시설"이라는 단어인데
둘은 "교정시설"에서 만난 듯하다

 

 

...사실 교정시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동성애 교정시설이다

연극 <프라이드>에서 교정에 관한 내용을 접하기도 했고,

극중 알렉스와 필로스가 굉장히 친하기도 하고

또 작품 외적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이 뮤지컬의 원래 가제가 <윌더니스>였는데,

윌더니스는 미국에서 정말 유명했던 동성애 교정시설의 이름이다

 

여하간 이것저것 고려하면 동성애가 억압받던 그 시절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두 사람이 동성애자구나, 이런 걸 깨달을 수 있다

 

그런데 상당히 위쪽에서 언급했지만

이러한 주제를 알기 좀 어려운 뮤지컬이다

 

우선 여러모로 불확실한 면이 많기 때문이다

언급했듯 두 사람의 실제 삶은 알기가 정말 어렵다

또한 두 사람이 정말 친하기는 한데, 포옹 이상의 스킨십이 없다

물론!

키스를 안 한다고 해서 연인으로 볼 수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이는 반대로

"친구끼리 포옹 정도는 가능하지~"

라는 시선으로 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한국도 과거에 비해서는 동성애자의 입지가 많이 늘어났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스킨십이 진한 동성의 사람들을 단순한 친구로 보는 시선이 팽배하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명확한 단서를 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있다

꼭 키스를 시키지 않아도 된다

필로스가 병에 걸린 설정인데, 이 병을 에이즈라고 명명한다든지

교정 시설에서의 이야기를 좀 더 노골적으로 해준다든지... 그러면 충분히 전달되었을 듯하다

 

극 전체의 90%를 차지하는 극중극에서 '이단'으로 표명되는 동성애가 크게 다루어지지 않느냐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이단을 동성애라고 부르기에는 좀 애매한 느낌이 있었다

오해할까봐 적지만 나는 필로스와 알렉스가 동성애자라 생각하고,

극중극의 '이단'은 현실의 동성애를 말하는 것이라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교정 시설' = '동성애 교정 시설'이라는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입장이고

모르는 사람은 아~ 그냥 기물 파손을 많이 해서 소년원 같은 데 갔나보다~ 오해할 수도 있다

 

아무튼... 다시 극중극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극중극에서 이단=동성애임을 계속해서 피력해준다면 그로써 좋았겠다만

사실 이 극중극에는 필로스와 알렉스 말고도 중요한 인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필로스의 어머니 헬렌이다

헬렌은 커리어 우먼이었는데

아마도 필로스를 낳고 나서는 경력 단절이 되어버린 쉬었음 주부이다

이 사람은 등장할 때마다 필로스를 거부하고,

심지어는 필로스의 면전에 대고 너를 낳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까지 한다

헬렌의 비중이 꽤 커서,

작가가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 및 모성을 당연하게 여기는 풍조에 관한 생각을

많이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성의 경력 단절. 모성을 당연시하는 사회 풍조.

물론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데 알렉스와 필로스의 이야기에 들어가버리니

주제가 좀 섞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극 바깥의 현실에서 동성애를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을거라면

극중극에서라도 명확하게 드러내야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정작 극중극에서는 두 가지 주제를 함께 가져가려고 하다보니

이거 좀 알기 어렵네

그런 느낌을 받았다




 

 

 

 

끝나고 극을 보여준 친구와 함께 마로니에에 갔다

그런데 생각을 할수록 알렉스와 필로스의 처지가 참 안좋았다

알렉스도 필로스도 각자의 부모에게 내쳐진 몸이다

거기다 무슨 교정 시설까지 들어가고...

자식을 부모가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어야지

심성이 착한 청년들을 그렇게 내버리면 쓰나

세상에 그렇게 내쳐져서, 비행으로 빠져들어서

결국 부모 죽이고 '사랑받고 싶었다'하는 청년들이 얼마나 있는데

"까라마조프" 당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기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