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니 다코
일하면서 볼만한 영화가 없나 찾아보다가 보게 되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수록곡 중 하나.

아래는 감상 및 스포일러가 있으니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은 꼭!! 영화를 보기를 바라는 바이다
해석이나 감상은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읽어도 늦지 않다
우선 줄거리
영진위에서 쓴 걸 가져왔다


1988년, 내성적인 성격의 고교생 도니 다코(제이크 질렌할). 어딘가 암울하고 삐딱하게 보이는 그는 가족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는 소년이다. 어느 날, 자고 있던 그는 이상한 목소리를 따라 정원으로 나가게 되고, 그 곳에서 거대한 토끼 괴물을 만난다. 프랭크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도니에게 28일 6시간 43분 12초 후 할로윈 데이에 세상은 멸망할 것이라고 말하고, 다음날 아침 골프장에 누워 있다 잠을 깬 도니는 자신의 팔뚝에 선명하게 쓰여진 '28:06:43:12'라는 숫자를 발견한다. 집으로 돌아간 도니는 지난 밤 2층에 있는 자신의 침실에 출처 불명의 747 제트기 엔진이 추락하는 대형사고가 있었음을 알고 프랭크의 존재에 대해 의식하기 시작한다.


의문의 대형사고를 몽유병 덕에 피한 도니의 주변에는 점점 기괴한 사건이 연발하고, 학교 친구들은 그런 도니를 이상한 존재로 여긴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전학생 그레첸이 전학 오면서 도니의 학창 생활에 빛이 비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밤에만 나타나던 프랭크는 파멸의 날이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점점 더 자주 도니에게 나타나 알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으며 도니를 혼란사킨다. 파멸의 날이 다가올수록 학교와 마을은 점점 공황상태에 빠지고, 어느 순간 도니는 자신의 주위에 일어나는 이 모든 일이 우연이 아님을 깨닫는다. 그러나 도니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와 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점점 암흑 속으로 빠져드는데...

포스터도 그렇고, 처음에는 공포영화인가 싶어 좀 쫄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참 매력적이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라 좋았다





그런데 이 영화가 참 재미있고 주인공(젊은 제이크 질렌할)도 연기를 정말 잘하지만
난해한 부분이 있어서 이해하기 좀 힘들다

우선 영화 안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것중 하나가
로버타 스패로우가 쓴 <시간여행의 철학>이라는 책이다

도니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이 <시간여행의 철학>에서 설명하고 있는 현상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책을 읽어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 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지 알게 된다
이 시간여행의 철학에서는 여러 개념들이 등장한다
1. 처음 우주 (Primary Universe)와 기하 우주 (Tangent Universe)

처음 우주는 도니 다코가 살아가는 현실이다
그리고 기하 우주는 이 처음 우주에 접한 우주로, 생명체가 몇 주밖에 살지 못하는 우주이다. 이 우주는 결국 무너져 처음 우주에 블랙홀을 만들게 된다.
거창한 개념이긴 한데, 한마디로 꿈이라 보면 편하다
그런데 그냥 꿈은 아니고 현실에 블랙홀을 만들 수 있는 꿈이라고 할까
2. 조작된 살아있는 자 (Manipulated Living), 망각 (Oblivion)

시간여행의 철학에서는 '조작된 살아있는 자'가 '망각'으로부터 저희를 구하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고 적혀 있다





조작된 살아있는 자가 기하 우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생각된다
3. Artifacts (유물/인공물)


시간여행의 철학: 인공물은 기하 우주가 나타났다는 첫 번째 신호이다.
이 인공물이 도니 다코의 방에 떨어진 747 비행기 엔진이다.
4. 살아있는 수신자 (Living Receiver)


수신자는 인공물을 처음 우주에서 제자리로 돌려놓는 역할을 맡았다. 또한 수신자는 물과 불의 마법을 지녔으며, 기하 우주 내에서 꿈이나 환각, 환청에 시달린다.




도니 다코가 살아있는 수신자라고 볼 수 있다.
수신자인 도니 다코는 시간 여행을 통해 인공물을 현실 세계로 돌려 놓고,
또한 학교를 물난리로 만들고 커닝햄의 집을 불태우며 프랭크의 환각에 시달린다.
5. 조작된 죽은 자 / 보험 트랩 (The manipulated dead / Ensurance trap)

조작된 죽은 자는 보험 트랩을 만들어 둔다. 살아있는 수신자는 이 보험 트랩을 겪고 인류를 구하게 된다.




조작된 죽은 자는 도니의 여친인 그레첸, 그리고 도니의 앞에 나타나 가능성들을 보여준 프랭크이다.
간접적으로는 도니의 어머니인 로즈나 동생 사만사가 해당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의 죽음을 본 도니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지 알게 된다

마지막으로 조작된 자들이 기하 우주에서 현실로 돌아왔을 때, 그들은 기하 우주에서의 경험을 느끼게 된다.
보통은 이를 기억하지 못하고, 기억하는 자들은 대개 후회한다.






엔딩에서의 짐 커닝햄이나 심리상담사, 눈을 만져보는 프랭크나 사고 현장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그레첸, 도니의 죽음에 슬퍼하는 다른 가족들에 비해 담담하게 담배를 피우는 로즈 등등...
개념 설명이 너무 길었는데
대강
주인공 도니 다코는 시간 여행을 하고,
자신의 희생으로 세계를 구한다
이 정도로 보면 깔끔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도니 다코가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
그들 사이의 감정 등이 참 좋았다
1. 그레첸 로스

그레첸은 도니네 반 전학생으로, 도니가 학교에 물난리를 일으킨 덕분에 사귀게 된 친구이다


그레첸은 어머니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피해서 도니의 동네로 이사를 왔는데,
학교의 불량배 2인조가 물난리 탓에 일어난 휴교로 하교하던 중
같은 시각에 하교하던 그레첸을 괴롭히던 상황을 목격한 도니가 그레첸을 집으로 데려다 주면서 친해졌다


그레첸은 도니를 완전히 이해하거나 공감하지는 않았지만, 도니에게 있어서 정말 소중한, 마음을 나누는 친구였다
그리고 도니 역시 그레첸에게 있어서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상하고 멋진 친구가 되었다



이후 그레첸은 병과 환상 탓에 어쩔 수 없이 겉돌던 도니와 깊은 관계로 발전했고,
도니의 꿈에 의하면 세상이 멸망한다는 할로윈 밤에
한창 부모님 없이 친구들과 파티 중이던 도니의 집으로 찾아가 함께 시간을 보낸다


불행하게도 그레첸은 도니를 따라 로버타 스패로우네 집에 갔다가
로버타 스패로우네 집에서 도둑질을 하던 불량배 2인조를 마주쳤다


2인조의 무력 행사 탓에 누워 있던 그레첸은 그만 달려오는 차에 치여 죽게 된다


차의 운전자는 다름아닌 프랭크
그는 도니의 누나인 엘리자베스의 남자친구로, 맥주를 사러 갔다 오는 길에 실수로 그레첸을 치고 말았다
직접 만든 토끼 가면을 쓰고 할로윈을 즐기던 그는
도니에게 물과 불을 이용해서 난리를 일으키라 종용한 바로 그 프랭크와 같은 모습을 한 사람이었다


도니는 분노에 휩싸여 가지고 있던 권총으로 프랭크를 쏘아 죽이고 만다


이때 프랭크의 차에는 사실 프랭크의 친구가 타고 있었는데,
도니가 프랭크를 쏘아 죽이자 어쩔 줄 몰라한다
도니는 광대 분장을 한 친구에게
"집에 가. 가서 부모님께 별일 없을 거라고 해"
라고 다그친다
친구는 그 길로 달아나고 만다

이후 도니가 취할 행동을 생각하면
도니의 대사가 참 슬프게 느껴진다
2. 로즈 다코

도니 다코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
그의 부모가 심리상담사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니 다코의 부모는 아들을 몹시 사랑하며 또 걱정한다
어머니 로즈는 따스한 걱정으로,
아버지 에디 역시 조금 거칠어 보이지만 유쾌한 말들로 아들을 북돋우며 도니를 사랑한다
둘 중에서도 영화 내에서 도니와 더 많이 교감하는 사람은 어머니인데
어머니는 기이하고 거친 언동을 일삼는 아들을 다른 사람으로 바꾸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자막에서는 로즈의 대답을 "너를 사랑한다."로 적어 두었다
이 영화 안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

다음날 도니는 공항으로 떠나려는 로즈에게
자신의 뇌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말하며 화해를 시도하고, 로즈 역시 '당연하지'라 맞받으며 포옹을 해준다
참고로 로즈는 사만사와 댄스 동아리 아이들을 태우고 댄스 오디션을 보러 떠난 것이었다
이 일은 원래 댄스 동아리 아이들의 학부모들 중 한 명이자 학교 체육 선생인 키티 파머가 맡기로 했었는데,
도니가 짐 커닝햄의 집에 불을 질러 그가 숨겨둔 아동 포르노 비디오가 드러나는 바람에
짐 커닝햄이 법원에 출석하게 되었고
짐 커닝햄의 열성 지지자였던 키티 파머는 법원에 그의 증언을 하러 가야 해서
로즈에게 대신 아이들을 데리고 오디션에 가줄 것을 부탁한 것이었다.

댄스 동아리의 오디션을 지켜본 로즈는
남편 에디마저 없는 집에 남매(도니와 누나 엘리자베스)만 있는 것이 걱정되어
예정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

불행하게도 로즈가 탄 747 제트기는 허리케인에 휩쓸리고,
영화 안에서 직접 나오지는 않지만 제트기 안에 타고 있었던 로즈와 사만사는 그대로 사망하고 만다




그리고 허리케인에 떨어져 나간 제트기 엔진은 웜홀을 타고 도니의 방 위로 떨어진다



'보험 트랩'으로 도니 다코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게 되었고,
세상을, 자신이 사랑하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희생한다


심리상담사인 서먼 박사에게 도니 다코는 혼자 죽는 것이 두렵다 고백한 적이 있다
하지만 결국 도니 다코는 혼자 죽게 되는데,
그럼에도 그 얼굴에 두려움은 남아 있지 않았다
현실에서 사랑이 꼭 강한 것만은 아니고, 꼭 좋은 것만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매체 속에서는 사랑의 힘이 참 대단했으면 좋겠다...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는데
도니 다코에서 희망을 목격할 수 있었다
도니 다코는 굉장히 두렵고, 혼란스럽고, 또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진실하게 사랑할 줄 알고 사랑받을 줄 아는 청년이다
혼자 죽는 것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세상을 구한 도니 다코의 이야기가
마음 깊이 남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나온 음악들 역시 정말 적재적소에 쓰인 데다가 참 멋진 노래들도 많아서 놀라웠다
예를 들어 Tears For Fears의 Head Over Heels나, 사운드트랙의 Grechen Ross가 그러하다
또한 꿈이 영화의 주된 무대로 등장하면서 (여기서는 기하 우주)
실제로 일어나기 어려운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부분은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떠올랐고
주인공이 모든 사건을 겪은 후 자기 자신의 파멸을 선택하는 부분은 마찬가지로 영화인 나비 효과 감독판이 떠올랐다
다만 도니 다코의 엔딩은 앞서 언급한 두 영화보다 더욱 희망적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이 영화가 분위기가 또 밝거나 행복하진 않아서
마지막 장면이 희망적이기는 하나, 슬프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다

아무튼 연출도 좋았고 나름의 세계관이나 음악도 아주 매력적이었던 영화 <도니 다코>
이 영화를 보고 느낀 것은,
영화를 재미 없게 만드는 건
긴 러닝타임도, 난해한 세계관도, 느린 화면 전환도, 저예산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영화가 재미 없는 건
재미가 없어서이다

또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를 만나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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