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의전당 좀 근처에 프리퍼라는 곳이 있다
인기가 많은데 사람도 많아서 가보지 못하다가
이번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내한 공연을 보러 온 김에 가봤다
맛이 아주 특별한 건 아닌데,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다
마침 같은 공연을 보는 친구가 있어 카페에서 만났다
빵이 맛있대서 좀 사서 집에 갔다
쫄깃했다

이것은 카츠공방 서초본점
날이 추우니까 따뜻한 게 먹고 싶어서 나베를 시켰다
기이한 건 이 식당 사람이 차고 넘친다는 사실이다
웨이팅까지 걸린다
그런데 솔직히 전~~~~~~~~혀 웨이팅 할만한 맛은 아니다
맛이 없다는 건 아닌데, 몇십 분 기다려서 먹을 맛도 아니란 소리다
그럼 인테리어가 좋은가? 그것도 아니다.
사람이 몰리는 걸 의식할 대로 의식한 탓에, 테이블 간의 간격은 비좁고 옆 테이블 대화 소리가 그대로 넘어올 정도
그럼 왜 인기가 있을까?
내 생각에는 예당 근처에 먹을만한 곳이 없어서 그렇다
이건 비단 카츠공방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은 꾸준히 있는데, 먹을만한 건 서초값한다고 개 비싸게 받고, 한 끼에 2만원을 지불할 수 없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곳으로 몰린다
맛은 뒷전이고, 인테리어도 뒷전이다
이건 손님 뿐만 아니라 식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여간 예당은 좋은 게 뭐냐?
센과 치히로 내한만 아니었어도 이딴 데 다시 안 왔어

아무튼
기다리고 기다리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내한 무대!!

캐스팅 보드 판넬 양옆에는 가오나시가 숨어 있다
여기서 사진 찍는 사람들도 많더라


사람이 진짜 많았다
사실 이것도 약간 줄었을 때 찍은 거고
티켓 수령 전에는 줄 서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이쪽은 3층에 위치한 포토존

치히로가 신던 신발이 귀엽다

이쪽도 분위기 있고 좋다

3층에 위치한 라운지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컨셉으로 꾸며두었다

신들의 온천장이라는 이름도 붙여두었다
입간판 옆에 있는 꽃이 어쩐지 영화 분위기가 나서 좋았다

라운지 안쪽에는 카운터가 있는데, 여기서 온라인으로 예약한 MD를 수령할 수 있다
사진은 카운터 뒤편의 포스터들
요즘 영화를 많이 보고 포스터도 적잖이 받다 보니 A3 포스터를 팔았으면 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팔아줘서 좀 아쉽다

이날 공연을 함께 본 친구와 수령한 프로그램북
이 프로그램북이 25,000원인데 썩 두껍거나 하지 않아서 좀 비싸다 생각했지만
공연을 보고 나서는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다
이 정도는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사야겠더라
프로그램북 앞에는 소원을 적을 수 있는 태그가 있는데
라운지에 방문한 사람 누구나 소원을 적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딱히 프로그램북을 사지 않아도 그냥 비치되어 있어서, 적고 나무에 걸면 된다

나도 소원을 적어서 하나 걸었다
내 소원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돌비시네마 재개봉 해주세요
사실 아이맥스도 원해

3층에서 바라본 전경
멋지다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직도 포토존 앞에 기다란 줄
아무래도 사람들이 정말 많이 오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니
가족 단위로도 친구 단위로도 많이들 와서 인증샷을 찍어간다

이쪽은 매표소 옆에 붙어 있던 오늘의 캐스팅
친구가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다
사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무대는 이전 방송으로 본 적이 있다
일본 어느 방송사인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방송으로 녹화본을 틀어준 적이 있었다
그때에는 하시모토 칸나 치히로와 카미시라이시 모네 치히로를 봤다
둘 다 연기는 정말 잘했고, 하시모토 칸나는 별명 천년돌 답게 정말 아름다웠다
그렇게 모든 프레임이 아름다운 배우는 처음이었다
한편 카미시라이시 모네는 연기력이 대단했다
둘 다 대단하다고 적었지만, 모네는 '정말로 치히로가 현실에 있다면 이 사람일 것이다'라는 생각을 들게 해 주었다
화면 너머로도 느껴지는 감정과 두근거림
그리고 뛰어난 무대 연출까지...
이 사람의 치히로를 꼭 보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 꿈이 드디어 이루어질 날이 온 것이다
이하 무대 감상
우선 극이 시작하기 전 자리에 앉으면
무대가 커다랗게 있고, 여기저기에 자막을 내보내는 스크린이 있다
그런데 이 스크린이 좀 작기도 하고 공연을 보면서는 아무래도 한 눈에 보기 힘든 자리에 있다
그래도 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다 보니
영화 아는 사람들은 대강 아 지금 이 장면이구나 이런 말 하고 있겠구나 이해할 수 있겠다
아무튼 공연이 시작하면 무대 왼편 통로에서 치히로 등장
영화에서 차를 타고 가는 장면부터 스크린과 배우들의 몸짓으로 실감나게 표현했다
이렇듯 자동차의 진동, 열차의 진동 등등을 전부 사람의 몸으로 보여주다 보니
이미 방송에서 봤는데도 눈앞에서 보는 것과 또 달라서 감탄이 나왔다
방송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카미시라이시 모네의 연기는 정말로 대단했다
연극이며 뮤지컬을 봐오며
역시 캐릭터의 감정을 관객에게 납득시킬 수 있어야 좋은 연기라 할 수 있다 생각해왔는데
정말 방송과 똑같이 치히로가 울면 나도 너무 슬프고, 치히로가 결국 웃으면 나도 행복했다
특히 모네 치히로가 하쿠에게 받은 주먹밥을 먹으면서 우는 장면은
방송으로 보았을 때에도 정말 가슴이 아프고 슬펐는데,
실제로 눈앞에서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행복한데 동시에 가슴이 아팠다. 서럽게 우는 연기를 너무 잘해서...
또 배우 하면 유바바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는데ㅋㅋㅋ
이날 아주 행운이었던 게, 유바바 배우가 영화의 유바바 성우였다
그래서 목소리가 완전히 치트키였다
또 가마할아범 배우가 내방하는 국가마다 서비스를 해주는지
'사랑' 이나 '힘내라' 를 한국어로 말해줘서 재미있었다
무대에 관해서도 정말로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중앙에 커다란 저택 같은 세트가 있고, 이 세트를 이리저리 돌려서 여러 장면 전환을 이루어낸다
어떨 때에는 온천 입구가 되기도 하고 어떨 때에는 치히로가 린과 머무는 숙소가 된다
또 어떤 때에는 가마 할아범의 보일러실이 되기도 한다
사실 연극이고 뮤지컬이고 무대는 관객과의 약속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약속 안에서 연출은 할 수 있는 걸 해낸다
예를 들어 무대 위의 인물이 '이곳에 강이 있다'고 하면, 관객은 그곳에 강이 있다고 믿는 식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역시 관객과 약속을 한다
하기는 하는데...
영화에 나온 건물, 소품, 인물, 캐릭터를 전부 다 할 수 있는 한 똑같이 구현하기 위해
타협 없이 노력한 티가 난다
그리고 그게 정말로 눈앞에서 전부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고 말한다는 게... 보면서도 안 믿긴다ㅋㅋ
그리고 이 모든 무대에 시작부터 끝까지 감동을 주었던 오케스트라
센과 치히로 하면 떠오르는 치트키급 선율이 있는데
그 선율을 적재적소에 어레인지해서 계속 틀어준다
난 지브리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서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음악이 나오고, 영화를 현실로 옮겨 둔 듯한 소품과 연출이 나오고,
거기다 모든 배우들의 장인 정신 연기력이 합쳐져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말 그대로 19만원이 아깝지 않았다.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가 방송으로 이미 무대를 한번 봤다는 사실이었다
이걸 인생 처음으로 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놀랍고 즐거웠을까? 생각하니 부러웠다
특히 치히로가 용으로 변한 하쿠에게 매달려 유바바의 방에서 가마 할아범의 보일러실로 떨어지는 장면이라든가
진짜 이름을 알려주어서 돌아온 하쿠와 공중에서 이마를 맞대고 기뻐하는 장면은...
이걸 처음으로 보는 사람이라면 정말 감동이 네 배는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여담으로 자막 스크린들 전부에 사진을 찍지 말라고 적혀 있는데,
들어가면 체감상 한 500명씩 들어와서 사진을 찍고 있다 그래서 아무도 못 말린다ㅋㅋㅋㅋ
보통 이러면 직원이 와서 사진 지워달라고 요청하는게 기본이긴 하나
정말 대놓고 다들 찍어서 물리적으로 막을 수가 없다ㅋㅋㅋㅋㅋ
뭐 이런 분위기다 보니 어떻게 슬쩍 커튼콜 사진도 찍을까 음흉한 마음을 먹었었는데
막상 커튼콜이 오니까...
...그냥 일어나서 박수치고 환호하기 바빴다
다들 한마음으로 수많은 배우들과 연주자들에게 갈채를 보냈다
이렇게 멋진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정말로 기쁘다... 아마 잊지 못하겠지.
AI가 판치는 시대에 사람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공연이었다고 할까
사실 AI가 판치지 않는 시대였어도, 이 무대는 이렇게 모두의 몸과 장인 정신으로 만들어졌을 거라 생각한다
미야자키 하야오도 정말 몇십 년 전부터 꾸준히 기술보다는 자연, 흙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을 찬가했으니...
그렇지만 시대가 시대인지라 미야자키 하야오의 고집이라든지
그 고집을 예우하는 모든 사람들의 태도가 그대로 전해져서 기뻤다
이전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보고 정말로 꿈과 같은 영화였다 적은 적이 있는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무대 역시 다른 의미로 정말 꿈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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