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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212 영화 행복한 라짜로 + 영화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서

by 원더인사이드 2025. 12. 21.




 

 

 

행복한 라짜로

 

주변에서 좋은 영화라는 평이 간간이 들려서

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이 인스타 글을 보고 예매를 결심했다

 

 

 

 

 

 

 

이번 역은 오리, 오리 역입니다...

 

 

 

 

 

 

 

아트하우스관에서 틀어주는 영화

행복한 라짜로

 

 

 

 

 

 

 

 

이곳은 오리 아트하우스 9관

조조로 보러 와서 e열 중앙에 앉았는데, 여기도 썩 괜찮고

f나 g열 가면 눈높이가 더 맞을 듯도 하다

 

누가 스위치 2 사주실 분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아 정말 보길 너무 잘했다.

 

행복한 라짜로를 보고 나면 굉장히 슬프다

그런데 딱히 신파 영화는 아니고, 가슴 속이 자꾸만 얇게 저미는 느낌이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굉장한 위로가 되는 영화이다

 

영화 예매 사이트에 적혀 있는 줄거리만 읽고 드라마 장르겠거니 했는데

그 줄거리의 다음 내용이 정말로 기상천외하다

완전한 드라마라기보다는 드라마/판타지 장르

 

 

 

이 아래로는 줄거리 / 스포일러 및 나름 해석...

꽤 긴데 안 읽고 싶다면 그냥 다음 사진으로 스크롤 내리면 된다

 

 

 

영화 제목은 분명 행복한 라짜로 이다

그런데 라짜로가 행복했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영화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감정 표현이 풍부한 편이다

화를 내기도 하고, 짜증을 내기도 하고, 신나게 웃거나 슬픔에 빠져 울기도 한다

반면 라짜로는 그와 같은 감정 표현이 매우 적다

뿐만 아니라 마을에서 도구처럼 부려먹히면서도 불평 하나 없이 시킨 일들을 해낸다

 

구애하는 청년이 세레나데를 부를 때에는 불려가 파이프를 연주하고,

세레나데를 부른 집에서는 도망쳐 나온 닭을 닭장으로 데려가고,

닭장 앞에서는 늑대가 오지 못하도록 망을 보던 보초가 역할을 떠넘긴다

일이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인비올라타에서는 계속 무슨 일을 하라고 불려 다닌다

당연히 쉬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고 조금 안 보이면 왜 농땡이를 피웠냐며 지적을 해댄다

 

솔직히 말하자면 영화 초반에는 라짜로가 어디선가 폭발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걱정은 무색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라짜로의 얼굴을 정말 많이 보게 되는데

라짜로는 커다랗지만 무해한 어깨와 손 그리고 선함이란 무엇인가 짐작케 하는 눈을 가지고 있다

보고 있노라면 변화가 적은 얼굴 아래서 따스하고 진실한 마음이 느껴진다

 

게다가 그의 친절은 비단 오래도록 함께 지낸 마을 사람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소작을 시키는 공작 부인의 아들 탄크레디는 납치극을 꾸미기 위해 라짜로에게 협력할 것을 강요하고,

라짜로는 만난 지 며칠도 되지 않은 탄크레디를 위해 매일 먹을 것을 가져다 주면서 손가락에 피를 낸다

나아가 부모가 누군지 모르고, 할머니만 있다는 라짜로의 말에

탄크레디가 자신의 아버지는 난봉꾼이며 라짜로의 어머니는 아마 자신의 아버지와 잤을 것이라 떠벌거린다

그러면서 라짜로는 자신의 배 다른 형제라고까지 말한다

평범하게 유교 국가 관객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건 좀 패륜이다ㅋㅋ

그런데 라짜로는 탄크레디의 말을 전혀 모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탄크레디가 자신을 형제라 부른 것을 기뻐한다

 

라짜로의 할머니 이야기가 나와서 적는 것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라짜로를 여기저기 부르며 일을 시키는데

정작 누구도 라짜로를 진정으로 챙기지는 않는다

언젠가 라짜로가 심한 열병에 걸려 앓아눕게 되었을 때, 라짜로를 눕힐 침상이 필요했지만

마을의 누구도 라짜로를 위해 침대를 내어주지 않았다

결국 라짜로에게 침대를 내어준 사람은 그가 매일 옮겨주는,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뿐이었다

 

이후 공작 부인이 농부들을 속여 터무니없는 소작을 시키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인비올라타의 사람들은 경찰이 몰고 온 버스를 타고 도시로 이주한다

 

이때 라짜로는 가지 못하는데, 그는 열병의 후유증으로 비틀대던 와중

높은 절벽에서 추락하여 죽고 말았다

 

이 장면에서 굉장히 놀랐다

라짜로가 지금 죽어도 되나? 싶어서

 

그런데 라짜로를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느냐 하면... 딱 한 명 있었다

라짜로와 함께 공작 부인이 지낼 인비올라타의 별장을 정리하던 신앙심 깊은 안토니아였다

안토니아는 라짜로를 찾아야 하지 않느냐 묻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라짜로의 선한 모습을 기억하는 안토니아는 도시로 가는 버스 안에서

어린 피포에게 늑대와 성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쓰러진 성자에게 굶주린 늑대가 다가갔지만, 잡아먹지 않았다는 이야기

 

"늑대는 처음 맡아보는 냄새에 당황했어"
"선한 사람의 냄새였지"

 

이 이야기에서 다시 놀랐던 부분이 있다

작중에서는 아무도 라짜로의 선함을 알아보지 못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은 그를 착취하고, 그의 선함을 조금이나마 알아본다 한들 조금 특별한 사람으로 여길 뿐이다

오직 탐욕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늑대만이 라짜로의 선함을 알아본다
마지막 눈을 뜬 채 죽은 듯 쓰러진 라짜로에게서 떠나가는 늑대가

라짜로의 영혼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 것도

그의 선함을 유일하게 알아본 생물이 늑대라 그런 듯하다

 

 

여담으로 라짜로의 이름이 라짜로인 이유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눈치를 챘겠지만, 라짜로는 성경의 라자로, 혹은 라자루스라 부르는 인물을 모티브로 하는 캐릭터이다

 

라자로는 성경의 요한복음에 등장하는 인물로 베다니아에 살았으며, 마리아와 마르타 자매의 오빠이기도 하다

여기서 마리아는 예수의 어머니인 동정 마리아도, 예수의 부활을 최초로 목격한 마리아 막달레나도 아니다

마리아 막달레나와 베다니아의 마리아가 같은 인물이라는 해석도 있기는 한데 정설이 아니니 이건 넘어가고,

 

여하간 어느날 라자로가 죽을 병에 걸린다. 마리아와 마르타는 예수에게 도와달라 전갈을 보내는데 이때 예수는 이미 병 걸린 사람들을 몇 고쳐주어서 명성이 좀 있었다. 예수가 베다니아로 갔지만 라자로는 이미 죽어서 장례를 치른 뒤였다. 마리아가 '주께서 여기 계셨으면 저희 오빠는 죽지 않았을 것'이라며 예수를 원망했는데, 예수가 라자로야 일어나라 하자 정말로 라자로가 부활해서 무덤을 헤치고 나왔다.

 

여기까지만 읽어도 아~ 싶을 것이다

라짜로 역시 절벽에서 추락해 죽었고, 긴 시간이 지나 부활한다

그리고 자신이 알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정확히는 자신의 형제 탄크레디를 만나기 위해 도시로 떠난다

 

다시 라자로의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부활을 본 유대인들은 모두 예수를 믿게 되었다. 이에 예수의 인기 폭발을 우려한 바리새인과 대제사장 가야바는 기적의 상징인 라자로를 죽이려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성경의 라자로는 죽지 않고 살아남아 어딘가의 주교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 속 라짜로는 결국 그의 선함을 알아보지 못한 인간들, 그것도 은행에 몰려든 인간들에게 얻어 맞아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른다. 장소가 하필 돈을 다루는 은행이라 세리(성경에 등장하는 세금 징수원 직업)라든지, 성전에 좌판 깔아놓고 시장판 벌이다가 예수한테 채찍 맞은 상인들이라든지 떠오르는 대목이다

 

그런데 부활한 라자로를 다시 죽인 작품이 비단 <행복한 라짜로>뿐만은 아니었으니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대작 <최후의 유혹>에서도 비슷한 대목이 나온다

최후의 유혹에서 라자로는 예수의 말에 따라 부활한다

그리고 바라빠의 손에 다시 죽는다

 

바라빠는 강도짓을 해서 감옥에 갇혀 있던 인물인데,

유태인들이 예수를 로마에 팔아 넘길 때 본시오 빌라도가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처형당하길 원하는 자가 바라빠냐, 예수냐?

유대인들이 예수를 원해서 바라빠는 풀려났고 감옥에는 예수가 들어갔다

 

그런데 사실 바라빠가 저지른 강도짓이라는 게 열심당원을 일컫는 은어라는 해석이 있고,

최후의 유혹에서는 이 해석을 차용해서 적고 있다

열심당원은 말하자면 이스라엘을 로마로부터 해방하는 급진혁명파이다

이들의 눈에 사랑이니 평화니 '뜬구름 잡는' 예수는 눈엣가시였으므로

열심당원인 바라빠가 직접 예수의 기적의 상징이라는 라자로를 죽인 것이다

바라빠의 이름도 예수인 것을 생각하면 꽤 재미있다

나자렛 예수가 살린 라자로를 바라빠 예수가 죽이다니

 

 

혹은

라짜로를 예수와 라자로가 융합된 인물로 생각해서 볼 수도 있다

라짜로는 사람들을 위하며 살았고, 자신의 형제를 위하는 마음으로 은행에 갔다가

그곳의 사람들에게 다시 죽었다

또한 라짜로는 누구도 착취하지 않으며 가장 낮은 곳에서 사는 사람이다

라짜로와 함께 사기 행각에 나섰던 안토니아는 누구도 꾸짖지 않았지만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낀다

최후의 유혹에서 예수가 라자로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숨기고 살았던 대목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라짜로는 항상 사람들의 곁에 있었다

 

그들이 착취할 때나, 착취당할 때나, 기뻐할 때나 슬퍼할 때나

어렸을 적이나 늙었을 적이나, 강하고 아름다웠을 때나 약하고 추해졌을 때나

항상 함께했다

 

이 점이 기독교에서 이야기하는 사랑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라짜로가 참 슬프지만 신파는 아니라 위에서 언급했는데

그럼에도 울컥하는 장면은 있었다

 

다름아닌 영화 후반부에서 일어난 기적이었다

안토니아와 가족들, 그리고 라짜로는 퍼진 차를 밀고 집으로 가던 중

성당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다

음악에 이끌린 그들은 예배당으로 들어가지만, 수녀는 비공개 미사라며 그들을 매몰차게 쫓아낸다

이때 극중 두 번째 기적이 일어난다

(첫 번째 기적은 라짜로의 부활)

일행이 떠나가자 성당의 아름다운 음악도 함께 떠나가 버렸고,

차를 밀며 집에 가는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난다

 

"음악이 우리를 따라오고 있어!"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던 라짜로는 갑자기 멈추어 선다

사람들은 라짜로에게 어서 따라오라 하지만

이내 '이전에도 저랬었다'며 먼저 떠나버린다

그리고 라짜로는 월계수 나무 아래 앉아 눈물을 한번 흘린다

 

그때 라짜로가 느꼈을 감정이 생생히 느껴졌다

인비올라타에서 힘겹게 착취당하고, 착취하며 살았던 농부들이

도시로 넘어와서는 사기를 치고 도둑질을 하며 여전히 가난에 찌들어 사는 모습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자신을 배 다른 형제라 부르며 친하게 지낸 탄크레디가

가난한 사기꾼으로 몰락하여 술과 허세로 근근이 사는 모습

그럼에도 작은 기적에 웃는 이들과 자신을 만나서 진실로 반가워하던 탄크레디

그런 모습들을 본 라짜로는 무척이나 슬펐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느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은행을 찾아갔고, 오해받아 몹시 얻어맞으면서도 저항 한번 하지 않는다

 

엔딩을 보고 극장을 나오면서

나 역시 선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정말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좋은 영화는 세상에 참 많지만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느끼도록 만드는 영화는 없었기 때문이다




 

 

"1타 2피"

 

저 라짜로 얼굴 포스터를 정말 받고 싶었다

어떻게 이런 배우를 찾아서 캐스팅을 다 했지?

그냥 얼굴에서부터 선함이 느껴진다

 






 

 

 

다음 영화

집에서 쉬고 판교로 가서 에반게리온 서 관람

재개봉 첫날이라 그런지 사람이 꽤 많았다

 

사실 이날 차가 좀 막혀서 늦었는데...

다행히도 내용을 다 알아서 그나마 괜찮았다

 

 

 

 

 

 

 

전개를 다 아는데 의외로 참 재미있게 봤다

특히 바뀐 메카 디자인이라든지 건물들 움직이는 모습은 감탄이 다 나오더라

그래도 두 번은 안 볼듯

 

특전 포스터를 받아야 했는데,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우타다 히카루의 뷰티풀 월드가 굉장한 명곡이라

엔딩 크레딧이 전부 올라가기 전까지는 극장 안을 못 나간다

거기다 서비스 서비스! 까지는 봐야지

어차피 씨지비 판교점은 영화가 끝나고

어플로 선착순 신청을 하면 특전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

신청만 해두고 느긋하게 엔딩 크레딧을 감상해도 좋다

 

 

 

 

 

 

이건 너무 빛나는 거 아냐?

 

원문 이미지를 실어준 건 좋은데...

좋은데 너무... 너무 많이 빛나는 거 아닌가?

EOE 포스터는 홀로그램으로 싹 칠해도 괜찮았는데

이 포스터는 그냥 질 좋은 무가공으로 해도 좋을 뻔했다

아무튼 그래도 만족한다

 

 

 

오늘의 영화

마음에 인생 영화로 남을만한 건 행복한 라짜로

에반게리온 서는 아무래도 연령대가 더 낮다

관람등급이 아닌 정신적 수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