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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미야자와 겐지 <은하철도의 밤> 감상

by 원더인사이드 2025. 8. 28.




 
 
 
<은하철도의 밤>
 
작가 미야자와 겐지가 1933년 명을 달리하고 1934년 사후 출간된 작품이다
생전에 개고만 몇 번씩 거치고 결국 출간을 못 해서 그런지,
사후 출간된 작품 내에는 아직 비어 있는 페이지가 있거나, 일부러 비워둔 단어들이 나온다
'천기륜' 이라든지 '할룰레야' 와 같이 뜻 모를 단어나 왜 바꿨는지 모를 단어들도 등장하는데
전부 작가 사후에 출간된 지라 질문을 할 수는 없고 추측만 가능할 따름이다
 
 
 
작가 사후 50년이 지났기 때문에, 원문은 웹상에서 무료로 읽을 수 있다. 

https://www.aozora.gr.jp/cards/000081/files/456_15050.html

宮沢賢治 銀河鉄道の夜

銀河鉄道の夜 宮沢賢治 「ではみなさんは、そういうふうに川だと云(い)われたり、乳の流れたあとだと云われたりしていたこのぼんやりと白いものがほんとうは何かご承知ですか。」先

www.aozora.gr.jp

 
 
 
나도 일본어 좀 읽을 줄 알아서 원문으로 읽어보리라 패기를 장착했으나
일본어가 너무 많아서 그냥 비룡소 번역본을 사서 읽었다
 
 
 
 

01

 
 
대신 번역본을 읽으면서
원문은 어떻게 썼을까 궁금한 부분은 번갈아 보기도 했다
 
 
 
 
 

 




 
은하철도의 밤을 읽으면서 가장 와닿았던 정서는 쓸쓸함이었다
친구네 가족들과 내 가족이 여럿이서 스키장 리조트에 갔는데, 다들 왁자지껄한 와중 문득 외로워진다든지
차를 타고 한강 다리를 건너며 보이는 불 켜진 아파트들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들을 생각하자
갑자기 슬퍼진다든지
 
내가 이전에 느꼈던 정서들을 놀랍도록 똑같이 적어내서 적잖이 공감했다
이 책이 쓰인 게 1930년대이니, 약 100년 전에도 인간은 똑같은 감정을 지니고 있었구나
그런 생각도 했다
 
 
 

 
 
 
미야자와 겐지의 글이 감탄스러웠던 점은 풍경 묘사에도 있었다
글을 읽으면 전경이 머리 속에 펼쳐지는데
동시에 어떻게 환상 속의 풍경을
이렇게 자세하게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싶다
 
 
 
 

 
 
 
여행 끝무렵의 장면
처음부터 쭉 읽으면 가슴에 구멍이 뚫린 듯한 느낌이 든다
 
 
전부 다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엔딩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는데, 끝까지 읽고 나면
조반니가 열차에 오르고부터 엔딩에 관한 복선을 몇 개나 볼 수 있다
그 점에서 두 번 읽는 재미도 있는 책이다
 
 
 
 
 
 
여담으로 미야자와 겐지는 <비에도 지지 않고> 라는 시를 지은 작가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많겠지만
일본에서는 교과서급으로 유명한 시다
동화와 시 모두 자국의 대표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으니
작가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비에도 지지 않고>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보라에도,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과 욕심 없는 마음으로
결코 화내지 않고 언제나 조용히 웃음 짓고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채소를 조금 먹고
모든 일에 내 잇속을 따지지 않고
사람들을 잘 보고 듣고 알고 그래서 잊지 않고
들판 소나무 숲 그늘 아래 작은 집에 살고
동쪽에 아픈 아이가 있다면 가서 돌보아 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가 있다면 가서 볏짐을 날라 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가서 두려움을 달래주고
북쪽에 다툼이나 소송이 있다면 의미 없는 일이니 그만두라 말하고
가뭄이 들면 눈물 흘리고
추운 여름이면 걱정하며 걷고
모두에게 바보라 불려도, 칭찬에도 미움에도 휘둘리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