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를 보는 마지막 날
낮 공연과 밤 공연이 있는데
나는 낮 공연밖에 보지 않아서
자연스레 이번 공연이 마지막이 되었다
썩 좋은 자리가 나오질 않아서
아예 2층 맨 뒷열인 5열로 올라갔는데
크게 불편한 건 없었다
"헉... 2층 맨 뒷열밖에 안 남아있을 정도로
인기있는 공연이었다고?"
아니다.
소극장에서 마지막 날에 연석으로 예매할 수 있다는 것
소극장에서 마지막 날에 좌석이 남는다는 것
그냥 안 팔렸다는 소리다
그냥 또 언제 내 돈 주고
이런 자리 가보겠나 싶어서
친구와 연석으로 갔다
2층 5열은 그래도 SH홀에서
돈이 아주 아깝지는 않을 정도의 마지노열이다
진정 돈 아깝고 화나는 자리는 1층 10열이라는데,
내 bmi와 주색을 가지고서 고혈압까지 추가되면
삼진아웃이기 때문에 굳이 가지 않았다
이 공연을 많이 봐서 이제는 어떤 장면을 봐도
처음만큼 새롭지 않지만
이 장면은 몇 번을 봐도 아름답다
지옥 연옥 천국 중에서 천국에 해당하는 엔딩
사람이 얼굴이 별이 된다고
여기까지 사진 올리면서 기억난 건데
전에
넌 그렇게 위대하지 않아
네가 망치고 배신할 수 있는 건 너 자신뿐이야
라는 가사에 위안을 얻었고 자세한 건 나중에 쓰겠다고
적은 듯하다
아마 자세한 경위를 적었을 수도 있는데 안 적은 것도 같아서
다시 써보자면
맥락:
피노키오는 아버지 제페토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천막극장의 공연에 정신이 팔려 학교도 가지 않고 집에도 돌아가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이 남들의 하루를 망치고 배신했다며 자책한다
그때 요정 투르키노가 저런 노래를 불러준다
넌 그렇게 위대하지 않아
네가 망치고 배신할 수 있는 건 너 자신뿐이야
사실 당연하기는 하다
피노키오에게는 현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권장되는 강점
부, 명예, 권력 등등이 전무하다
편리한 발명이나 위대한 발견을 한 것도 아니고 수많은 사람들을 구해내지도 않았다
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죄책감까지 없는 건 아니다
내 잘못으로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는 상황은
사이코패스가 아니고서야 피하고 싶을 것이다
때로는 내 잘못으로 내 인생이 망하는 것보다도
남들에게 폐를 끼쳤다는 느낌이 더 괴롭다
나도 그럴 때가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자신이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제페토를 힘들게 했다며 자책하는 피노키오에게
이입이 되었었다
뒤이어 너는 남의 인생에서 그리 큰 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새침한 태도로 일러주는 요정 투르키노의 말이 좋았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그렇게 위로를 받았다
이번 공연으로 대미를 장식한 배우들은
루치뇰로 역과 투르키노 역 배우들이다
투르키노 역할 배우가 먼저 소감을 말하는데... 내용이 좋았다
성장하고 타협하지 않는 배우가 될 거라고 했었나
좋은 내용
이 배우가 연기한 투르키노는
중반에 무언가 노선이 바뀌었는데 그게 정말 마음에 들어서 더 각별하게 좋았다
이어서 루치뇰로 역 배우는
루치뇰로가 극중에 피노키오한테 편지를 보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점에 감명을 받아 착안했는지
관객에게 보내는 편지를 적어와서 낭독해 주었다
이것도 좋은 내용이었다
그냥 대충 좋았다고 뭉뚱그리는 게 아니라,
자세한 내용은 어차피 sns 찾아보면 다 있기도 하고
이게 또 내가 타이핑하면 번잡스럽다
중요한 건 감상이다
여러모로 좋은 생각이 깊구나 라는 마음이 들어서 좋았다
갑자기 포토타임을 갖자고 제안해서
1층과 2층 골고루 포즈를 취해줬다
사진으로 보니까 잘 안 보이는데 손에 체리 모형들을 들고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 은 아니고
금강산 먼저 보고 밥먹었다
극을 보면서 몇 번은 갔던 듯한 플럼피
친구가 준비한 꽃 가게 이벤트
친구는 피노키오 역할을 했던 배우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이벤트를 준비했다
극중에 파란 장미가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친구도 파란 장미를 미리 결제해둔 다음 증정하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나도 좋아하는 배우가 있지만 이렇게 이벤트에 참가해본 적은 없다
시간과 열정과 돈을 쏟는 사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SNS에 공지한 것을 배우가 보았는지
와서 사인을 하고 갔다
피노키오답게 코가 길어진 그림이 귀여워서 찍었다
그러고보니 이 뮤지컬은 피노키오 동화에 기반한 뮤지컬이기는 하나
피노키오의 코가 길어지는 요소를 가져오지는 않았다
어쩐지 당연한 수순으로 마리오에 갔다
이번에는 카타르시스가 아닌
롱비치 아이스티를 마셨다
롱아일랜드와 거의 비슷하긴 하지만
들어가는 재료가 약간 다르다
그리고 함께 극을 본 친구와
피노키오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각자 좋아하는 캐릭터도 있었고
함께 좋아하는 캐릭터도 있었다
예상보다 정말 많이 본 극이었지만
볼 만큼 봤다 생각하고
별다른 후회도 없다
이제 다른 극을 좀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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