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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0720 낮 뮤지컬 트루스토리 + 카페 우스블랑

by 원더인사이드 2024. 7. 23.





 

 

 

이 날은 원래 친구랑 함께 보려고 표를 잡아둔 날이었다

친구가 서울에 올 수 있는 날이 얼마 되지 않는데

함께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이 날은 공연을 보면서

이전에 봤던 공연이자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이 떠올랐다

 

극중에서 니키와 체이스 형제는

지켜줄 부모가 없는데다 마을의 말썽쟁이로 찍힌 아이들이다

그렇기에 마을 사람들은 무언가 사건이 터지면

쉽게 형제들을 범인으로 지목하곤 한다

 

니키는 물건을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학교를 그만둬버렸다

체이스는 불붙은 목재 창고에 성냥을 던졌다는 누명을 썼다

 

'원래 그런 애들이니까'

'누명을 씌워도 괜찮은 애들이니까'

다들 한통속으로 형제들을 범인으로 몰고

형제들 역시 그것을 알기에 굳이 설득하거나 반항하지 않는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에서는 빈민가에 사는 흑인 남자아이가

제 아버지를 칼로 찔러 죽였다는 혐의를 받고 재판장에 선다

이 아이의 유죄(사형)와 무죄를 결정하는 것은 12인의 배심원들이다

이들은 오로지 만장일치로 유죄/무죄 선고를 내려야 한다

날은 덥고, 증거가 명확해 보이니

배심원들은 소년을 사형시키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다

 

유죄를 내린 사람들 중에서는

정말 냉철하게 재판에서 나온 정황과 증거만을 보는 사람이 있고

체이스와 니키를 몰아간 마을 사람들과 같이

'그런 애들은 원래 패륜적이고 잔인하다'며 편견으로 결단을 내리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람은 다름아닌 배심원 8이다

영화에서는 배심원 두 사람의 이름이 나오지만

극중에서는 그 누구의 이름도 나오지 않는데

모두가 아이를 유죄로 결정한 그때, 배심원 8만이 다시 생각해보자며

무죄에 투표한다

 

결국 소년이 무죄가 되었을지 유죄가 되었을지 그것은 차차 생각해보도록 하고

중요한 사실은 누구도 (관객조차도) 이 흑인 소년이 정말로 아버지를 죽였는지

혹은 죽이지 않았는지를 모른다

그럼에도 배심원 8은 소년이 확실히 유죄가 아니니 무죄라 주장하고

소년의 가능성을 믿어준다

이런 면에서 이 작품은 '확실히 유죄가 아니라면 무조건 무죄'라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단적으로 보여준 명작이라고도 일컬어진다

 

 

다시 두 형제가 사는 로키엔드로 돌아오자면

흑인 소년과 다르게, 니키와 체이스는 확실하게 무죄인 인물이다

그리고 그들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마을 사람들 역시

니키와 체이스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니키가 아닌 빵집 아이가 범인이었고,

체이스가 아닌 사장 아들이 범인이었다

 

그러니까

이 마을에는 배심원 8과 같은 어른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슬퍼서

나는 배심원 8과 같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적어도 배심원 4처럼 철저한 사실에 기반해서 행동하는

그런 어른이라도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다





 

 

극이 끝나고 같이 극을 본 친구들과 함께

비교적 새로 생긴 카페 우스블랑에 갔다

 

잠봉뵈르를 먹었다

빵에 버터 치즈 햄이 들어간 간단한 조합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맛있고 신뢰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