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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연극 맥베스 레퀴엠 관람 + 힐사이드테이블 샌드위치

by 원더인사이드 2022. 12. 18.





 

 

 

 

오래간만에 공연을 봤다

 

친구와 함께...

 

정말 미치도록 추운 날씨에

서울로 나갔다

 

그런데 친구는 더욱 아래쪽 지방에 사니

내가 불평하는 것도 좀 그렇다

 

 

 

 

 

 

 

 

점심먹으러 가는 길에 있었던 서울경찰청

 

 

 

원래 가까이 사는 사람이 더 늦는다고

 

10분 정도 늦어버렸다

 

전날 밤을 거의 샜기 때문이다

 

 

 

 

 

 

 

 

 

 

 

 

 

힐사이드테이블

 

친구가 샌드위치를 먹고 싶어해서 찾아봤더니

검색 결과로 나온 가게

 

꽤 인기가 많은 것 같아 가보자고 수락했다

 

친구는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도 키오스크 주문이 가능해서

직원에게 '잠시만요' '일행이 있어요' '올 때까지 조금만 기다릴게요'

등등 번거로운 말을 하지 않고도

주문까지 마치고 따뜻하게 앉아있을 수 있었다

 

 

 

 

 

 

 

 

 

 

친구가 선물을 줬다

 

나도 선물을 준비했다

 

 

 

 

 

 

 

 

 

 

 

 

갸루 파우치 시리즈

 

귀엽게 생겼다

 

딱 여권 사이즈다

 

 

 

 

 

 

 

 

 

 

 

 

요리가 나옴

 

샌드위치 1 / 작은 라자냐 / 작은 치킨스테이크

 

 

 

 

 

 

 

 

 

 

 

 

샌드위치 2

 

 

요리 이름을 성의 없이 적는 것처럼 보이는데

성의가 없다기보다도

해마가 겨울철 냉기에 얼어붙어서 제 구실을 못한다

 

어차피 이 가게에는 샌드위치가 2종류밖에 없다

 

혹시나 이 글을 보고 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다른 곳에서라도 메뉴를 검색할테니

굳이 내가 찾아보는 수고를 들이지는 않음

 

하지만 재료는 설명하도록 하지

 

빵, 딸기잼, 아몬드, 양상추, 단호박, 발사믹 식초, 크림, 그 외 내가 모르는 것들

 

 

이 샌드위치의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양이 많다

 

 

 

 

 

 

 

 

 

 

 

사진으로 보면 별로 안 커보인다

그런데 직접 마주하면 뭔가... 경외가 느껴진다

 

마카롱도 뚱카롱으로 변신시키는 조선 민족답게

크림을 꽉꽉 채워놓는데 (일반치즈크림 / 말차치즈크림)

여기까지는 솔직히 좋다

그런데 단호박도 어마무시하게 두껍다

단호박과 크림이 나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서 진군하는 스모 선수였다

 

샌드위치가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

"샌드위치를 먹고 싶다고?

사흘 내내 샌드위치의 시옷 자도 못 꺼내게 해 주지."

 

 

그렇게 우리는 샌드위치1, 샌드위치2와 사투를 벌였고

친구는 결국 샌드위치1의 절반을 포장해갔다

 

 

 

 

물론 맛있었다

하지만 역시 햄이며 토마토가 들어가는

정석 샌드위치를 먹고 싶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다 먹고 20분을 걸어서

맥베스 공연장 정동극장으로 갔다

정말 추웠는데 친구와 이야기하며 가니 금방이었다

 

 

 

 

 

 

 

 

 

정동극장으로 가는 길

 

묘하게 낯익은 무언가가 이화여고 건물에 걸려있었는데

 

세상에!!

 

극장 이슈로 엄청나게 욕했던 미드나잇이었다

 

이번에는 저기서 하려나?

저 극장은 적어도 지난번보다는 낫겠지

 

 

 

 

 

 

 

 




맥베스 레퀴엠

나름 포토존도 설치해두고
보기 좋았다

참고로 저 우유방울 모양 왕관은
극중에서 단 한 번도 안 나온다

어쨌거나
어쩐지 극장이 익숙하길래 기억을 되짚어보니
몇년 전 적벽을 여기서 봤었다
판소리와 무용이 어우러진 아주 멋진 극이다
내일 (2022/12/19) 일곱시 반,
정동극장 유투브 채널에서 무료로 틀어주니 봐야겠다

 

 

 

 

 

 

 

 

 


극을 보고 나서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저 시대에는 정신병원이 없어서 너무 힘들었겠다

였다.


스토리는 당연히 맥베스를 그대로 따라갈텐데
조금씩 바뀐 곳도 있고 빠진 곳도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1920년대로 넘어왔다는 것이다
1차대전이 끝난 직후의 상황...
그런데 굳이 무대를 전간기로 끌고 온 이유를 모르겠다
코트 입히고 권총 쏘려고?

이 아래로는 장문의 '그래서 어쩌라고?' 성 글이 이어질 예정이니
읽기 귀찮다면 스크롤을 내리기를 바람

 

 

 

 

 

 


전간기 (1920년대) 를 배경으로 잡은 것이 마음에 걸리는 이유
첫째로는 예언이 걸리고 둘째로는 외교 상황이 걸린다
우선 예언의 경우, 맥베스에 등장하는 유명한 예언 중
숲이 성 안으로 넘어올 때까지 맥베스는 멸망하지 않는다
가 있다


그리고 극중에서도 로스가 맥베스에게

'병사들이 나뭇가지로 위장하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라 알려준다
(사실 이 장면을 어떻게 연출해낼 지 정말 기대했는데

조연 대사 한 마디로 넘기는게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다)


그런데, 1920년대라면 영국 군대가

나뭇가지로 위장을 하고 성에 솔솔 기어들 이유가 없다
군복 차려입고 탱크로 밀고 들어가면 그만이다
실제로 그 시절 영국은 1919년

스코틀랜드에서 일어난 노동자 봉기를 진압하기 위해 탱크와 병사를 동원한 바 있다

 


둘째로 외교 상황이 걸린다
1차 대전을 통해 영국은 상당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기존 고집했던 '유럽의 경찰' '힘의 균형자' 위치를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프랑스가 확실히 밟아야 한다 주장했던 독일에 대해서도 관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바이마르 공화국이 나치당에 집어삼켜지고,

2차 대전을 일으키게 된 원인이 과연
너무나도 가혹한 배상 조건이었는지
나치당이 활약하는데도 나몰라라 하던 유럽 국가들이었는지
그것은 정확히 가늠할 수 없으나
어쨌거나 쇠약해진 영국의 입지는 확실히 독일의 2차대전 발발에 영향을 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살려라 도망쳐온 몰락한 왕자에게 손쉽게 군대를 빌려줬을까?
하기사 이쪽은 스코틀랜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투자했을지도 모르는 일이기는 하다

 

 

 



그래서 어쩌라고? 파트 끝

이제 시대는 됐고 다른 걸 써보고자 한다

우선 좋았던 점
극 내내 라이브 연주되는 피아노
이건 정말 대단하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물론 내가 좋아하지 않는 류의 연기가 있기는 한데
어쩔 수 없으니 넘어간다

배우 하니까 떠오른 것이
지난번 사의찬미에서 사랑했던 안유진 배우를
다시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의상도 몇 차례 갈아입어준 덕택에
가지각색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또 좋았던 건 눈 주변의 스모키한 화장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화장이다



아쉬웠던 건 역시 어중간했다는 점일까
물론 좋았던 점은 상기한 그대로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굉장히 어중간했다

어째서였을까?
사실 고전을 재탕하며 변주를 준 극들은 많다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보았던 변신이야기,
명동예술극장에서 상연했던 메디아,
엘지아트센터에서 상연했던 엘렉트라,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보았던 햄릿 더 플레이
등등...

전부 재미있게 봤다
특히나 변신이야기와 메디아는
심금을 울리는 걸작이었다

그런데 유난히 이 극을 어중간하게 느낀 이유가 무엇일까


아무래도 나는 극을 보는 내내
왜 이 이야기를 이 시대로 끌고 와야 했는지
아니다
왜, 는 집어치우더라도
전간기의 맥베스를 통해 무엇을 전달하려 했는지
어째서 레퀴엠인지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리도 어중간하게 느꼈다고 생각한다

또한 당황스러운 부분이 있었는데
맥베스가 제 가족을 잃고 울분을 토로하는 맥더프의 말을 무시하고
5막 5장의 독백을 읊기 시작했을 때
맥더프가 도저히 못 참겠던지 "야!!" 라고 소리지르며
맥베스의 말을 끊는 장면이 있다

나는 기반이 되는 텍스트가 무엇이든지간에
등장인물 간의 문법을 맞추어야 한다고 본다

셰익스피어가 쓴 악역이 웅장한 독백을 읊는다면
그것이 설령 개소리이든 헛소리이든
상대방 역시 셰익스피어의 문법으로 답해야 한다

그런데 무슨 한국 영화마냥 소리부터 질러대니
몰입이 깨질 수 밖에 없다
심지어 맥베스가 정말로 입을 다물어버려서 웃기기까지 했다

당연하지만 모든 대사를 엄근진하게 쳐야 한다는 소리가 아니다
적어도 그 독백을... 왜 하필 그 독백을
그렇게 한국 영화의 아저씨 캐릭터가 버럭하는 방식으로 화답했을까 싶다

 

이렇게 서로의 문법이 맞지 않는 부분 역시
어중간함을 배가시켰다고 본다


이것도 의도한 바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아무튼 고전 참 좋아하고
비극도 희극도 다 좋아하는데
이번에 본 건 그다지 재미는 없었다
배우들은 뛰어나고 피아노가 대단했으나
그 뿐이었다




 

 

 

 

 




 

그리고 맥베스를 본 후 더욱 강화된 생각
사람은 너무 쉽게 말 한 마디에 휘둘린다
내가 사주팔자, 신점, 운세 등을 전혀 안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그저 재미로 보고서
좋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 사람들을 굳이 비판할 생각은 없다
다들 원하는 방식대로 사는 것이니깐


단지 내뱉어진 말에는 힘이 있어서,

당장 그 때에는 아무 효력이 없을 지 몰라도
우연히 이루어진 행운이라든지 불행에 맞닥뜨렸을 때
너무나도 쉽게 해마에서 튀어나와
(그러고보니 이 사건, 지난번 운세와 들어맞는다)
따위의 바람을 불어넣는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생각된다

그럴 바에는 아예 듣지 않는 편이 낫다

오래도록 생각해왔는데,
이번 공연을 보고 더더욱 확신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