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뮤지컬을 보여줬다
너무 고맙게 보러 갔다...!!
<미드나잇 액터 뮤지션>
사실 난 이 뮤지컬의 초연을 본 적이 있다
그 때가 17년도였나?
그땐 액터 뮤지션이라는 부제가 없었다
친구의 말을 들어보니
많이 달라졌다 한다
그래도 설정이나 줄거리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고
연출 측면에서 크게 달라진 모양
참고로 이 극은
예그린씨어터 라는
사상초유의 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이런 수식어를 붙인 이유가 있다
1. 음습한 출입구
지하로 내려간 다음 우측에 보이는
객석 출입구
uv라이트 ppl이라도 찍는지
엄청 시퍼렇다
게다가 분위기가 상당히 음산해서
한마디로
귀신 나올 것 같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사상초유의,
최악의,
극장이라 단언할 수는 없다
에드거 앨런 포우가 지은
친구 시체를 묻는 소설에 등장하는
지하실 마냥 끝없이 내려가는 극장은
대학로에 몇 군데나 더 있기 때문이다
자유극장이라든가...
컬처스페이스 엔유라든가...
(예전 쁘띠첼시어터인데
이름이 틀리다면 심심한 사과드립니다)
드림아트센터 지하라든가... 많네
그렇다면 어째서
예그린씨어터만
내마음 넘버원 최악의 극장이 된 걸까?
나는 극악의 허리질환을 유발하는
공사 이전 자유극장조차 버틴 햄휴먼이거늘
심지어 귀신도 안 본다
그
그 이유는 바로...
뭣같은 좌석 간격 때문이다!!
거짓말 아니고 모든 좌석이 저따위로 생겨서
도저히 팔걸이에 팔을 올릴 수가 없다
게다가 어깨 너비보다 좌석 너비가 훨씬 좁아
옆사람과의 원치 않는 스킨십을
피하기 어렵다
성실한 극장 직원들은
코로나19 방역 안내문을 읊으며
공연 중 마스크를 벗지 말 것 등등
주의사항을 수 차례 공지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 극장
예그린씨어터의 객석 구조 자체가
역병캐리어다
그만큼 옆사람과의 간격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예그린씨어터는
야릇한 그린라이트가 깜빡이는 장소일까요?
착각하면 안 된다
이 좌(불안)석 은
앉는 사람으로 하여금
강제적으로 어깨를 접게 만든다
그 탓에
현대인의 질환 탑티어 쌍벽
1. 라운드숄더
2. 거북목
이 심화되는데
하루 중 16시간을 인체비공학적 자세로 보내는
후레자세의 고수
이몸(거북목526년차, 라운드숄더473년차)조차
이 개ㅡ같은 좌석의 불편에
관람내내 통탄을 금치 못했다
게다가 뮤지컬 미드나잇은
흥겹고 멋진 음악과 연기에 비해
내용이 꽤 살벌하고 어둡다
바로 이 곳 예그린씨어터에서
거진 오픈런 중인데,
덕분에 하루에 두세번씩
극본에 따라
누군가가 고문당하고 눈알이 뽑혀나간다
이런 곳에서 그린라이트...
어림도 없다
쓸데없는 이야기가 너무 길었군
극 얘기를 해야겠다
우선 줄거리는 정말 바뀐 것이 없다
독재체제 아래서 까닥하면 숙청당할까
불안에 떨던 부부 앞에
처형을 담당하는 부서 사람 비지터가 나타나고
굉장히 인간스럽지 않은 면모를 보이며
부부의 치부를 까발리는 이야기다
그는 자정 전에
한 명을 데려가서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며
목적을 밝히는데...
이게 대략적인 줄거리로
엔딩까지 초연과 바뀐 게 없다
다만 이쪽은 춤과 라이브 연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 커져서
여럿이 혹은 둘셋이 춤추는 모습을
꽤 자주 감상할 수 있다
굳이 행복할 때가 아니라
괴로울 때에도 춤을 춘다
합주와 합창도 멋있어서 듣기 좋았다
나약해보이기만 했던 우먼이
비지터를 만나면서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으로 변화하는 것도
좋은 점
배우들은 하나같이 연기를 잘 하고
나야 줄거리를 다 알고 봤지만
모르고 본다면 반전에 놀랄지도 모른다
여하간 참 괜찮은 극이었는데...
역시 극장 객석 구조가 아쉽다
귀신이 있다면
귀신마저도 재미있게 관람했겠지
모르긴 몰라도
객석에 앉은 관객들보다는 훨씬
사정이 나을 것이다
그들은 헌팅포차보다도 높은 확률 100%로
동성이성가리지않고 스킨십을 이루어주는
이 개같은 좌석에 착석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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