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와 만나서 연극 라이오스를 보기로 했다
그리고 근처에 스시로 한국 지점이 있어서 와 봤다
사실 일본에서도 스시로를 가보고 싶었는데 일정 상 가보질 못했다

오 이런 분위기
테이블에 설치된 화면이 엄청 크다
그런데 1인용 바석의 화면은 작아서
굳이 스시로를 오는 맛이 없을 듯했다

재밌음

일정 금액 이상 주문하면 슬롯머신 게임을 할 수 있다
맞히면 소정의 상품을 준다고 하는데
상품이라는 걸 보면 돈을 깎아주거나 하는 건 아닌듯

단체샷
맛은 뭐 나쁘진 않은데, 일단 밥이 많고, 환장하고 먹을 맛은 절대 아니라는 거

게임에서 자주 보던 비주얼이라 주문

크림치즈 튀김도 먹어봤다
친구가 맛있다고 들었대서 시켰는데
꽤 괜찮았다

근데 가격은 안괜찮음
미쳣나?
라는 나쁜말은 하면 안되겠죠

라이오스
지난번 안트로폴리스 1 프롤로그/디오니소스에 이어서
테베의 비극 2번째 이야기이다
안트로폴리스의 원작자 롤란트 쉼멜페니히는 비극의 5부작을 쓰면서 많은 희곡과 이야기를 원전으로 삼았는데
라이오스는 창작이라고 한다
이것은 라이오스가 조명받지 못한 왕이기 때문
"그래서 내 인생은 수수께끼입니다"
작중 라이오스가 내뱉는 대사이기도 하다.
사실 쉼멜페니히는 쉼멜페니히인 것이고, 그것보다도 이 극이 전혜진이라는 배우가
1인 18역을, 105분 동안, 원캐스트로 진행한다고 하기에 많은 기대가 되었다
도대체 어떻게 연기할까

국립극장은 항상 미니어처를 만들어둔다
왼쪽 뒤편의 자동차는 1부 디오니소스에서도 등장했던 소품이라 반가웠다

캐스팅보드 스크린에 홀로 올라가있는 배우 전혜진
사실 이 사람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어떻게 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일종의 수수께끼였던 셈이다 나에게도
결론적으로는 정말 좋았다

에너지가 정말 크고 좋았다
게다가 18개의 배역을 목소리의 톤과 몸짓을 바꾸어 하나하나 다른 사람으로 연기하는데
정말 배우란 천의 얼굴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능청스러울 때에도, 유혹적일 때에도, 강압적일 때에도 소심하고 나약할 때에도
멋질 때에도 처참하게 망가질 때에도 정말 확실하게 다 보여주는 배우
혹 다른 곳에서 이 배우의 이름을 본다면 반가우리라
쉼멜페니히가 해석한 라이오스의 이야기도 그 나름 재미있고 좋았지만
이 배우가 해서 더욱 좋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첫 등장과 마지막 장면
처음은 무대에 불이 꺼지고, 배우 전혜진은 왼쪽 통로를 따라 나타난다
긴 코트를 입고, 능청스럽고 다정하게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며 무대 위로 올라가
자신은 배우 전혜진이며 라이오스를 연기할 것이라 소개를 한다
굉장히 자연스럽고 여유롭지만
거부감 없이 진솔한 모습이 좋았다
그런데 이건 라이오스에 등장하는 인물들보다도 배우 본인의 모습인가? ㅋㅋ
마지막 장면은 역시나 누구나 알고 있는
라이오스 그 자신보다도 아들 오이디푸스 덕분에 알고 있는 라이오스의 최후
좁은 길에서 오이디푸스를 마주치고 그의 곤봉에 머리가 깨져 죽는 장면이다
1부에서도 썼던 커다란 스크린과 카메라를 여기서도 쓰는데
배우(라이오스)의 머리 위로 양동이에 담긴 초록색 액체가 쏟아지고,
머리에 피를 뒤집어쓴 라이오스가 원망스럽고 도전적인 얼굴로 위를 쳐다본다
자주색 조명이 내리쬐어서 초록색 액체가 정말 피처럼 검은 가운데
커다란 스크린은 배우를 하늘에서 비춰서 라이오스의 얼굴을 커다랗게 보여준다
어쩐지
기어이 일어났구나!
싶은 느낌

극은 라이오스와 주변 인물들,
테베에 내려오는 비극적인 피와 광기의 사건들을 배우 한 명의 입으로 전달하는데
워낙 복잡하게 얽힌 데다가 잔혹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배우의 파워로 따라갈 수 있다
라이오스는 테베의 초대 왕 카드모스의 증손자로,
카드모스의 후손이자 테베의 4대 왕인 랍다코스가 그의 아버지였고 그의 어머니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랍다코스는 테베의 3대 왕인 폴리도로스의 아들이었으며, 폴리도로스는 닉테이스와 결혼하여 랍다코스를 낳았다
참고로 닉테이스는 카드모스가 뿌린 용의 이빨에서 자라난 전사 크토니오스의 딸이었다
즉 폴리도로스는 카드모스의 후손이자 라이오스의 할아버지
닉테이스는 카드모스가 뿌린 용의 이빨에서 자라난 전사의 딸이자 라이오스의 할머니인 셈이다
아주 로열 블러드 납셨다
아무튼 폴리도로스가 아직 어린 아들인 랍다코스를 남기고 죽으면서 아내의 형제인 닉테우스에게 섭정을 맡겼다
랍다코스는 자라서 왕이 되어 라이오스를 낳았지만, 그 역시 아들 라이오스가 어릴 적 전쟁에서 죽고 만다
이에 닉테우스는 다시 한번 어린 라이오스를 대신해서 섭정을 맡는다
와중 비극이라면 비극이 일어났는데, 이 모든 광기와 피와 폐급 도시 테베가 세워진 원흉 제우스가
(카드모스가 고국을 떠나 테베를 건국한 것은 그의 아버지가 제우스에게 납치당한 동생 에우로파를 찾아오라 했기 때문이다)
닉테우스의 딸인 안티오페에게 반해서 안티오페를 임신시켜버린 것이다
당시에도 지금과 똑같이 미혼모에 대한 지원이나 시선은 폐급 그 자체였다
그래서 안티오페는 아버지 닉테우스의 분노가 두려워 제우스의 아이를 임신한 채 도망친다
도망친 것도 용한데 시키온이라는 나라의 왕 에포페우스와 결혼까지 성공한다!
살았나 싶었던 순간도 잠시, 닉테우스는 시키온에 전쟁을 선포해 결국 에포페우스를 죽여버렸다
전쟁통에 자신 역시 죽었으나 형제인 리코스에게 자신의 딸을 대신 벌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는다
리코스는 죽은 닉테우스를 대신하여 테베에서의 섭정을 계승하는 한편,
아내인 디르케에게 포로로 잡아온 안티오페를 넘겨 갖은 고문을 행한다
그렇다면, 안티오페가 임신했던 제우스의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사실 안티오페는 테베에 포로로 잡혀오기 전 아이를 낳았는데, 쌍둥이였다
그는 두 아들을 암피온과 제토스라 이름짓고 숲에 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직후 테베로 잡혀가 고문을 당하면서 살았으니까...
어느 날 안티오페는 극적으로 탈출한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들을 찾아 나섰다
어머니를 만나 자초지종을 알게 된 암피온과 제토스는 분노하고, 암피온은 즉시 리코스와 디르케를 찾아간다
그는 왕좌에 앉은 리코스의 사지를 잘라버리고 디르케의 몸을 황소의 갈기에 묶어 죽을 때까지 황소를 채찍질했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의 주인공
라이오스는 어떻게 되었느냐...
그는 리코스가 죽는 것을 모두 보았다 이때가 약 네다섯 살 무렵이었는데,
암피온은 카드모스의 후손 라이오스에게 왕위를 넘겨주고 싶지 않아 라이오스를 자신이 당한 것처럼 숲에 버려버린다
그리고 제토스와 함께 테베를 통치한다
이후 암피온은 니오베와 결혼해서 14명의 아이를 낳고 잘 사는 듯했지만
신들의 분노를 사서 14명의 아이는 모두 죽고 자신 또한 자살하고 만다
이렇다 보니 테베에는 왕이 없다
그때서야 사람들은 왕을 찾아 나서고, 그때서야 사람들은 라이오스를 찾아 나선다
라이오스는 그야말로 짐승처럼 살다가 이웃 나라인 피사의 왕 펠롭스에게 거두어져 자랐고
펠롭스의 아들 크리시포스와 사랑에 빠져서
테베로 올 때에도 크리시포스를 데리고 왔다
그러므로 그는 겉으로 오만하고 당당할 지 모르나 속은 악에 받쳐 있다
안티오페에게 버려진 암피온은 신들이 구해주었지만,
암피온에게 버려진 자신은 그 누구도 구해주지 않았다
테베의 시민으로 대표되는 이들 중 노인은
이제는 신성이 아닌 이성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며 신성을 부정하지만
라이오스는 그와는 또 다른 이유로 신의 지배를 부정한다
이런 라이오스가 이오카스테를 만나 결혼하고,
예언자 노파 피티아로부터 신탁을 받아 전전긍긍하고,
그럼에도 또 다시 반항심과 악에 받쳐 기어코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을
자신과 똑같이 버려버리는 장면은
정말 어쩔 수가 없었다는 감상을 들게 만들었다
극을 보기 전에는
라이오스가 그러한 신탁을 받았을 때 - 너의 아들이 너를 죽이고, 너의 아내와 결혼할 것이다 - 어째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오카스테와 아들을 낳았을까, 그냥 낳지 않으면 안 되었을까, 혹은 다른 아내를 맞이하면 안 되었던 걸까 생각했는데
극을 보면서는 라이오스의 반항심에도 적잖이 공감이 되었다
또 재미있었던 점은 한 사건을 서술한 다음
바로 배우의 입으로 그 사건의 주체와 객체를 뒤집어버리는 묘사
그리고 극 중간중간에 몇 번 등장한 환기였다
주체와 객체의 경우... 예를 들어서
라이오스가 피사라는 나라의 펠롭스 왕에게 거두어져, 그의 아들 크리시포스에게 반해서
열여섯, 열다섯 살의 크리시포스와 함께 테베로 도망쳤다는 내용이 있다
이 이야기를 한 직후, 배우는 '그런데 아닐 수도 있습니다' 라며 전혀 다른 버전의 서술을 한다
크리시포스가 아홉 살, 혹은 열 살이었을 수도 있고,
크리시포스와 라이오스가 함께 도망친 게 아니라, 라이오스가 크리시포스를 납치했을 수도 있다
이런 방식이다
환기 역시 거의 마찬가지이다
신화의 이야기를 술술 하다가 객석에도 불을 비추며
'신화는 불확실하다' '신화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며 끊임없이 첫 번째 서술한 이야기가
사실이 아닐 수 있음을 강조한다
어쩌면 이 모든 게 라이오스가 극중에서 말한 자신의 삶과 비슷하다
"그래서 내 인생은 수수께끼입니다"

이 모든 이야기를 한 명이 전달하다니...
전혜진이 연기를 하는 시대에 살아서 다행이다

이런 카드도 받았다
준다는 말이 없었는데 선물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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