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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0830 뮤지컬 쇼맨 낮 공연 + 복성각 + 파란만잔

by 원더인사이드 2025. 9. 8.

 

 

 

 

 

 

아주 오랜만에 찾은 정동극장

주말은 시위가 있어서 좀 시끄럽긴 해도

시청역에 내려서 돌담길을 따라오면 풍경이 좋다

 

 

 

 

 

 

 

이번이 세 번째 상연이었나?

초연 때부터 좋다고 들었고 중계를 해줬을 때에도 볼 수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줄곧 안 보다가 친구가 함께 보자고 해서 보러 왔다

 

 

 

 

 

 

나름 포토존도 있다

그런데 이게 극중에 나오는 작은 국가 파라디수스의 독재자 미토스의 의상이다

현실로 치면 히틀러 콧수염 전시해놓은 거나 다름없다ㅋㅋ

 

 

그런데 쇼맨이 독재자의 이야기느냐 하면 조금 다르다

부제 '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에서 볼 수 있듯이 뮤지컬 쇼맨은

독재자 미토스의 네 번째 대역배우로 활동했던 인물 네불라와

노인 네불라의 이야기를 찍는 현재의 인물 수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수아는 마트의 기간제 직원으로 휴직한 직원의 빈 자리를 채우는 한국인 여성이다

한국인이라 적은 이유는 이 극의 무대가 일단 미국이고, 수아의 캐릭터에 이민자로서의 성질이 분명히 돋보이기 때문이다

수아의 취미는 마트 일이 끝나고 놀이공원에 가는 것

벤치에 앉아서 카메라를 들고 사람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여기저기를 찍던 수아에게 동물 탈 알바가 다가간다

이 알바가 바로 독재자 미토스의 대역배우였던, 지금은 노인이 된 네불라이다

수아는 괜히 쓸데없는 시비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자신을 '프로 사진가'로 소개하고

자신을 찍어달라는 네불라의 말에 얼떨결에 사진을 찍어주기로 계약한다

그것도 한 달 동안 네 번을 만나면서 장면 당 백여 장을 찍는 장기 프로젝트

수아는 예상치 못하게 커진 일을 거절하고 싶어했지만 보수가 짭짤해서 수락하고 만다

 

이후 네불라가 스스로 빌린 스튜디오에서 의상까지 입으며 연기하는 자기 자신의 삶을

수아는 듣기도 하고, 사진으로 남기기도 한다

 

어렸을 적부터 흉내내기에 소질이 있었던 네불라는 연극 오디션에서 심사위원의 눈에 띄어

미토스의 대역배우로 발탁된다

대역배우로서 그는 자부심을 가지고 맡겨진 일을 했지만

어느날 혁명이 일어나 미토스는 자살하고 측근들은 주변국에서 재판을 받는다

네불라는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비교적 가벼운 실형을 살았는데

옥중 신문이나 책을 읽으며 자신이 자부심을 가지고 흉내냈던 인물 미토스가

얼마나 추악하고 끔찍한 학살범이었는지를 깨닫는다

 

수아는 네불라를 이상하지만 돈 관련해서는 상식적인 노인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자신의 거짓말에 뻔히 넘어온 호구로 보기도 하며

과거에 취한 모습을 어느 정도 가엾게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수아가 네불라에게 연민만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수아 역시 파라디수스의 독재자 미토스를 익히 접해 알고 있었다

네불라가 그의 대역으로 일했던 시절을 크나큰 호시절이자 전성기로 이야기하는 모습에 수아는 역겨움을 느낀다

 

어떤 이야기들은 이쯤에서 막을 내린다

네불라가 억울함과 죄책감을 지고 살아갈 것이라는 교훈적인 결말과 함께이다

 

뮤지컬 쇼맨은 다르다

네불라가 예의 억울함과 죄책감을 지고 미국으로 망명해서 살아가는 것은 맞지만

이후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온다

 

세탁소 일을 하며 조용히 살아가는 네불라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돌아갈 고향이 타국에 흡수되었다는 설움도 억울함도 죄책감도 아니다

네불라는 자기 자신을 향한 혐오로 몹시 괴로워한다

 

네불라에게 있어서 가장 뜨겁고 강렬하고 사랑스러웠던 삶은 미토스의 대역배우로서 일했던 시절이었다

 

지금 네불라는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았고,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데 일조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 시절 그는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사랑했다

그래서 네불라는 어쩔 수 없이 그 시절을 사랑하는 자기 자신을 싫어하게 되었다

너무 싫어서 미토스를 우스꽝스럽게 흉내내다 자살하는 내용의 <이디엇 쇼>를 연기하는 배우로 무대에 서며 자기 자신을 죽이고

종래에는 세탁소에서도 밀려나 놀이공원의 동물 탈 직원으로 조용히 살아간다

 

여담으로 다른 사람의 흉내밖에 내지 못했던 네불라가

이디엇 쇼에서 처음으로 자신만의 연기를 해내는 광경이 정말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누가 자기 자신을 싫어하고 싶을까?

네불라는 스스로 판단을 내리지 못해 자기혐오와 혼란 속에서 살아갈 뿐이다

그래서 모든 이야기를 마친 후 수아에게 자신을 판단해달라고 부탁하지만

수아는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거절한다

 

 

그런데 처음 네불라의 부탁을 거절했던 수아는

이후 마음을 바꿔먹고 네불라를 다시 찾아간다

수아 역시 네불라처럼 누군가를 대신하며 살았던 기억이 있었고,

네불라와의 만남으로 다시 그 기억과 마주할 용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수아는 어릴 적 미국인 가정에 입양되었다

그의 역할은 부모 대신 장애가 있는 동생 제인을 돌보는 것이었다

양부모는 수아를 그저 유모 대신으로만 여겼기에 수아의 생일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는데

대신 수아의 친구들이 수아에게 생일 파티를 열어주었다

문제는 수아가 친구네 집에 가서 1시간 정도 집을 비운 사이, 혼자 있던 제인이 화재 사고를 내버린 것이었다

불을 낸 제인과 화재 현장에 제인을 구하러 간 수아 모두 목숨에 지장은 없었지만

수아는 양아버지에게 '네가 우리를 대신했어야 한다'며 질책을 듣고, 축하도 위로도 받지 못한 채 그대로 집을 나가 버린다

그리고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네불라에게 돌아온 수아는 그가 찍은 네불라의 사진들을 보여주고,

그가 여태까지 본 네불라의 모습들을 이야기해 준다

네불라가 바랐던 어떤 판단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네불라의 마음을 달래주는 프로젝트 피날레였다

 

 

극이 끝나자 이전 본 영화 <그을린 사랑>의 명대사가 떠올랐다

 

'함께 있다는 건 멋진 일이란다.'

 

수아는 네불라가 원하는 대로 네불라를 판단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어쨌거나 네불라의 이야기를 듣고, 나름대로 생각한 것을 이야기해준다

그것을 듣는 네불라는 기뻐 보였다

또한 수아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전부 누군가에게 편지로 보내는데

다름아닌 동생 제인이었다

수아는 집을 나온 그날 이후로 제인을 마주하지 못했지만, 네불라와의 만남을 계기로

제인에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보내고, 실제로 만나기까지 한다

 

사람은 누구나 약점을 들키고 싶지 않아하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로 정말로 커다란 잘못이나 약점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그래서 용서를 받지 않더라도, 해결책이 나오지 않더라도

우선 곁에서 알아주는 것이 정말 소중하다

내 곁의 무언가를 해주지는 못할지라도

나의 이야기를 알아준다는 것

우선 그것만으로 큰 위안이 된다

 

영화 <그을린 사랑>의 명대사 '함께 있다는 건 멋진 일이란다.'도 이와 조금 비슷하다 느꼈다

물론 영화에서는 상황도 처지도 정말 다르지만... 어쨌든

함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근처 복성각에 밥 먹으러 왔다

파리머리볶음밥이라는 메뉴가 신기해 보여서 먹었다

적당히 짭짤하고 맛있었다

 

 

 

 

 

밥 먹고 나서는 카페를 갔는데

조금 걸으면 나오는 파란만잔에 들어갔다

사실 파란만잔 바깥 대로변 건너편에 커피앤시가렛이었나

17층 카페가 있길래 가봤더니

공간에 소리가 너무 크게 울리고 사람도 꽉 차있어서 도로 나왔다

뷰는 좋았지만 역시 카페 하면 맘 편히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제일이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