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1 연극 테베랜드
다시 보러 온 연극 테베랜드
갑자기지만 난 요즈음 극을 거의 혼자 보러 다니지 않는다
주변에 극을 보는 친구들도 많고
혼자 간다 하더라도 극장에 가면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극 자체보다도 극을 보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테베랜드는 처음 봤을 때부터
다른 캐스팅으로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거의 마지막 주라 표가 없던 차에 자리가 생겨서
그냥 혼자 혈혈단신으로 충무아트센터에 왔다
이날은 포토데이라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무대 한가운데에 커다란 철창이 있어서
교도소 안이라는 느낌을 준다
특이한 건 극이 시작할 때 S라는 극작가 캐릭터가 나와서
정부의 요구에 따라 철창을 설치했다고 말하는 부분이다
관객은 극작가가 캐릭터인 걸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메타적으로 느껴지는 면모가 있다
이 외에도 시간선이 혼란스럽다든가
극 안에서의 극과 극 안에서의 현실의 경계가 무너진다든가...
뒤섞인 부분들이 많다
(테베랜드는 극작가 S가 존속살해범 마르틴을 만나서 극을 만드는 내용인데,
그 극 이름도 테베랜드 이다)
하트
극중에서 농구공을 튀기거나 슛을 넣는 캐릭터는
마르틴과 대역 배우 페데리코 뿐인데
포토타임에 S에게 슛을 넣어보라며 공을 넘겨주었었다
안녕히...
S도 마르틴도 지난번과 다른 사람이었는데
더욱 능란하다든지 활달하다든지 느낌이 달라서
같은 텍스트라도 처음 보는 것처럼 흥미롭게 즐길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이전 테베랜드의 후기를 쓰면서
새롭게 생각하게 된 부분이 있다고 했는데
바로 오이디푸스의 100% 존속살해 였다
오이디푸스는 으레 근친상간이나 근친살해의 아이콘으로 여겨지곤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아버지 라이오스를 죽일 때
아버지인줄 모르고 죽였다
어머니 이오카스테와 결혼할 때에도 어머니인 줄 모르고 결혼했다
그러니까 분명히 근친 간에 관계가 있었던 건 맞지만
알고 한 것과는 확연히 다르니 100퍼센트는 아니다,
그런데 근친상간이나 근친살해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니
좀 억울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페데리코가 하는데, 나도 이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흥미로웠다